국내 창작뮤지컬 활성화 지원 뮤지컬아카데미 운영… 인력양성
한국은 세계 3대 뮤지컬시장 대구는 하드웨어·시민수준 높아
지난달 말 배성혁(49ㆍ사진) 예술기획 성우 대표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딤프) 새 집행위원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2006년 프레 딤프 공동집행위원장부터 2~5회 집행위원장을 지내는 등 딤프의 산증인이나 마찬가지다. 3년 만에 다시 집행위원장을 맡게 된 그는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라며 “뮤지컬로 대구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자”는 초심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임을 피력했다. 딤프의 정체성 확립이 시급하다는 그를 만나 딤프의 현주소와 올 여름에 열릴 축제, 미래 딤프의 모습 등을 들어 보았다.
_3년여 만에 집행위원장으로 컴백했다.
“고향에 온 것 같다. 집행위원장을 다시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망설였는데 딤프 사무실로 출근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올 여름 개최 예정인 ‘김광석포크페스티벌’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딤프가 6개월 여 밖에 남지 않았는데 대안이 없다는 말에 제대로 한번 해 보자고 결심했다. 부담이 크지만 막상 와 보니 즐겁다. 처음 시작할 때 그때 상황이 떠오르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_올해 행사 특징은.
“6월 26일∼7월 13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니 만큼 명실상부한 글로벌축제로 치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한동안 중단했던 뉴욕뮤지컬페스티벌(NYMF)과 교류를 재개할 예정이다.”
_글로벌에 치중하다가 정작 국내 뮤지컬을 등한시하는 것은 아닌가.
“기우다. 한국 창작뮤지컬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우선 올해 9회째인 이번 축제에는 대학생작품과 창작지원작품 수를 좀 더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는 대학생은 국내 4편, 카자흐스탄 1편 모두 5편밖에 되지 않았다. 전국의 대학 뮤지컬 관련 학과 전공학생들이 1년 내내 딤프 무대에 한번 서 보려고 맹연습하는데, 적어도 7편 이상은 돼야 한다고 본다. 계명대와 연계한 전국청소년경연대회를 확대할 생각이다. 뮤지컬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자라나는 세대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_하드웨어와 함께 전문인력 양성이 중요한 것 같다.
“뮤지컬 아카데미를 조직위원회 차원에서 운영할 계획이다. 대구ㆍ경북 뿐 아니라 서울 등지에서도 많이 찾는 아카데미가 되도록 할 것이다. 배우 작가 작곡가 양성과정을 먼저 시작한다. 레미제라블처럼 몇 십 년 동안 매일 밤 상연하는 작품이 한국에서도 나오길 기대한다.”
_국내 뮤지컬산업 동향과 뮤지컬계에서 대구의 위상을 살펴본다면.
“한국은 전 세계 뮤지컬의 각축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앤드에 이은 세계 3대 뮤지컬 시장으로 꼽힌다. 우리 배우들도 최근 10년 사이 급 성장에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쳐지지 않는 수준이 됐다. 오리지널 팀의 내한 공연이 줄어든 이유다. 특히 대구는 오페라하우스를 비롯, 수성아트피아 계명아트센터 아양아트센터 학생문화회관 대구시민회관 등 1,000석 이상의 수준급 공연장이 많고, 연말 송년회를 공연관람으로 대체할 정도로 공연문화가 발달해 있다.”
_딤프의 모토는 ‘뮤지컬로 대구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자’였다. 실재와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서울은 20대 중ㆍ후반에서 30대 관객이 많다. 대구는 30대 후반부터 40, 50대로 높다. 가족뮤지컬을 늘려 저변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 어린이뮤지컬과 추억의 악극 등 프로그램을 다양화 해 유치원생부터 70, 80대 노인들까지 딤프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 또 지난해 최고 7만원인 입장권을 올해는 5만원이 넘지 않도록 해 보다 많은 사람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
_뉴욕뮤지컬페스티벌(NYMF)과 교류를 재개한다고 하는데.
“NYMF는 브로드웨이의 극장주와 기획자 등이 모여 쇼케이스를 보면서 가능성 있는 작품을 고르는 아트마켓이다. 이들과 교류하는 것은 한국창작뮤지컬을 브로드웨이에 선보일 기회를 가지는 것이다. 올해는 어렵더라도 딤프 10주년인 내년에 뉴욕 작품을 대구에서 공연할 계획이다.”
_지난해 권영진 시장이 취임직후 딤프 원점에서 재검토 등의 말이 나오는 등 복잡하게 전개됐다.
“오해가 있었다. 이우환미술관 관련 인터뷰 도중 ‘현재 딤프 기간인데, 관객이 점점 줄고 있으니 재검토해야 하지 않겠나’는 질문에 확인해보겠다고 한 것이 와전된 것으로 안다. 역대 최고의 축제가 되도록 할 것이다.”
_지난번 집행위원장을 그만둘 때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았는데.
“원래 3년만 하고 그만둔다고 미리 말했었다. 2회는 전임 집행위원장의 갑작스런 유고로 맡은 것이고, 3~5회를 했으니 당초 공언한대로 임기를 채운 것 아닌가.”
_집행위원장으로서 딤프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하겠다는 목표가 있다면.
“딤프를 위해 헌신할 새 인물 찾기가 절실하다. 문화예술계는 기관장 자리가 많지 않아 노리는 사람이 많은데, 딤프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발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각오를 가진 리더가 필요하다. 뮤지컬 마케팅 기획 축제에 통달한 전문가가 앞으로 딤프 집행위원장을 맡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풍토가 조성됐으면 한다. 나 자신도 매우 부족하다. 차기 집행위원장은 좀 더 젊고 열정적이며 유능한 인물이 나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적임자만 나온다면 굳이 3년 임기를 다 채울 생각이 없다. 직원들을 공연ㆍ축제 전문가로 키우는 것도 하나의 목표다.”
_3년 후 딤프, 어떤 모습일까.
“공연 축제는 영화제와 다르다. 공연장을 빌려 무대를 세우고 공연을 하니 많은 사람이 와야 한다. 활성화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영화제와 비교하면 단점이지만 장점이기도 하다. 한번 탄력이 붙으면 오래, 멀리 간다.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찾는 딤프가 될 것이다. 대구시민들이 딤프를 여는 도시에 산다는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겠다.”
약력
심인고, 경운대 졸업
계명대 공연예술학부 겸임교수
대구문화재단 이사
문화융성위원회 콘텐츠 자문위원
제2∼5회 딤프 집행위원장
㈜예술기획 성우 대표
배유미기자 yu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