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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허술한 법ㆍ규제가 화재 피해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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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허술한 법ㆍ규제가 화재 피해 키웠다

입력
2015.01.11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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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로 얼룩진 2014년을 넘기고 새해를 맞은 지 열흘, 재난의 공포가 또 일상을 덮쳤다. 이번에는 주말을 맞아 집에서 잠 자거나 쉬고 있던 사람들이 화마(火魔)에 희생됐다. 그제 오전 경기 의정부시 공동주택 화재로 주민 4명이 숨지고 120여명이 다쳤다. 부상자 가운데 9명이 중상이어서 사망자가 더 늘 우려도 있다. 불에 탄 건물들이 이름은 아파트’지만 실제로는 오피스텔을 포함한 원룸 위주의 ‘도시형 생활주택’이어서 혼자 사는 직장인이나 학생이 많았던 탓에 사상자 대다수는 10~30대였다.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발화지점은 대봉그린아파트 1층 우편함 옆에 있던 오토바이로 확인됐다. 방화 여부 등 발화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불이 가연성 자재로 마감된 건물 외벽을 타고 순식간에 10층까지 번진 데다 인접 드림타운, 해뜨는마을 아파트로 옮겨 붙으면서 피해가 커졌다. 대봉그린과 드림타운은 각각 10층 건물이어서 소방법상 11층 이상에만 설치 의무가 있는 스프링클러도 없었다. 화재 등 위험 대비에 취약한 허술한 규제가 대형 참사를 부른 셈이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서민과 1~2인 가구의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도입한 주거 형태다. 필요한 곳에 저렴한 주택을 신속 공급한다는 취지로 시설기준 등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했는데 이번 화재로 약점이 드러났다. 특히 피해 건물 3개동 사이는 거리가 각각 1.5, 1.6m에 불과해 불이 쉽게 옮겨 붙었고 건물 사이의 좁은 공간이 불길을 키우는 연통 구실까지 했다. 피해 건물들이 위치한 상업지역의 최소 이격(離隔) 거리 기준 50㎝(아파트는 6m 이상)가 얼마나 비현실적인지가 여실해졌다.

외벽 등에 불에 잘 타는 마감재가 쓰인 것도 피해를 키웠다. 스티로폼 단열재를 끼운 일명 ‘드라이비트’는 값싸고 시공이 쉬운 데다 방수성과 단열성이 뛰어나 주상복합건물 등의 외벽 마감재로 흔히 쓰이지만 화재에는 취약하다. 그러나 현행법상 건물 내장재는 불연성(난연성) 소재를 써야 하지만 외장재에 대한 규정은 없다. 해당 건물의 주차장이 협소해 유일한 진입로인 폭 5~6m 도로에 차량이 빽빽했던 탓에 소방차가 출동해서도 일일이 견인하느라 화재 진압이 늦어진 것도 문제였다.

현재까지의 정황에 비추어 이번 사고 역시 인재(人災) 성격이 짙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분야에서 섣부른 규제 완화가 얼마나 위험한지도 거듭 확인됐다. 법과 제도를 다 지켜도 집에서 멀쩡히 잠을 자다가 참변을 당할 수 있는 현실을 방치할 수는 없다. 안전 고려를 결여한 주택 관련 규제를 총체적으로 점검해 고삐를 죄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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