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망 허술… 건물 간격 좁아 3개동 번져, 의정부 도심서 4명 사망 124명 부상

새해 벽두에 도심 아파트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128명의 사상자를 냈다. 불이 난 아파트는 이명박 정부 당시 신축 장려를 위해 각종 건설 기준을 완화해줬던 ‘도시형 생활주택(일명 원룸형 오피스텔)’으로 화재 등 안전성 문제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어설프게 규제의 빗장을 푼 것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11일 경기도재난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10일 오전 9시 15분쯤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 대봉그린아파트 등에서 불이 나 한모(26ㆍ여)씨 등 4명이 숨지고 124명이 다쳤다. 부상자들은 인근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지만 9명은 중상이다.
화재가 난 대봉그린아파트와 드림타운아파트, 해뜨는마을아파트는 모두 급증하는 1~2인 가구의 주거 안정 대책 차원에서 2009년부터 신축이 장려된 도시형 생활주택이다. 건물 간격이나 주차 공간 확보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 주거용 건물을 상업지역에서 지을 수 있게 했다. 또 아파트에 비해 각종 안전 및 편의 시설 등 주택건설 기준과 부대시설 설치 기준을 적용하지 않거나 대폭 완화해줬다.
상업지역이다 보니 일조권 적용에서도 배제돼 건물 간격이 최소 50cm만 넘으면 됐다. 이 때문에 처음 화재가 난 대봉그린아파트와 드림타운아파트 등은 건물 간격이 1.5m 내외로 다닥다닥 붙어 지어져 이번처럼 쉽게 불이 옮겨 붙고 말았다. 주차 공간 규제를 받지 않은 점 역시 화재 피해를 키웠다. 대봉그린아파트와 드림타운아파트는 각각 88세대가 거주하지만 주차장은 17대의 차량만 댈 수 있다. 관련법은 또 도시형 생활주택의 진입도로의 폭을 6m에서 4m로 줄여놓았다. 결국 주차 공간 부족으로 대부분의 입주자들이 아파트 진입로 등에 불법 주차를 하자 가뜩이나 좁은 진입로가 더욱 좁아져 화재 발생 후 소방차 진입이 막혔고, 결국 초기 진화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지난해 11월까지 인허가를 받은 도시형생활주택은 31만2,483가구에 이른다.
대봉그린아파트 등 10층짜리 건물 2곳에는 아예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고 ‘드라이비트(Drivit)’란 외단열시스템도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대한 법률 상 11층 이상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된 허술한 규제 탓이다. 여기에 값이 싸고 시공이 간편하지만 스티로폼이 들어있어 화재에는 취약한 드라이비트는 화재에 불쏘시개 역할까지 했다.
서울시립대 도시방재안전연구소 윤명오 소장은 “불을 끄는 방재 관련 규정 강화도 중요하지만 방화구획 등 화재 피해를 막기 위해 건물 자체에 설치된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짓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화재가 난 건물의 비상계단과 방화구획이 제대로 확보됐는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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