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의 언어가 현실을 지배할 때 종교도 일상도 병든다는 건 평생 신학을 연구한 유동식 전 연세대 신학과 교수의 말이다.
그는 사랑의 밀어(蜜語)를 예로 들었다. 사랑하는 이를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말할 때 그것이 그의 진실이더라도 제3자에게까지 그 진실을 강요할 수 없듯이, 신의 율법으로 신앙 공동체 바깥의 누군가를 간섭하거나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거였다.
신이 만들어진 이래 종교의 율법이 세속에 개입함으로써 빚어진 참극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고 앞으로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율법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 자체의 문제일지 모른다.
힌두교의 성일을 앞두고 갠지스강을 향해 나아가던 인도의 한 신자가 기도 도중 웃고 있다. 영혼을 채운 뒤 스미듯 번져 나오는 저 미소에 종교의 자리가 있는 건 아닐지.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콜카타=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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