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거래가 오늘 부산 한국거래소에서 공식 시작된다. 2009년 입법화한 지 6년 만이다. 정부로부터 탄소배출권을 할당 받은 기업은 할당량보다 적게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남은 배출권을 시장에 내다 팔 수 있고, 반대로 할당량을 초과한 기업은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서 메워야 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17년까지 8,000만 톤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온실 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525개 기업에 2017년까지 3년 간 할당한 배출량은 모두 16억톤이다. 이는 기업들이 적절하다고 보는 배출량 20억톤보다 4억톤이나 적다. 기업들은 공장가동률을 낮추지 않고는 할당량에 맞추기 어려워 배출권 추가 구입이나 배출권 거래 가격의 3배인 과징금을 물어야 할 형편이라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이미 배출량 규제 대상 업체 100여 곳이 배출 허용량을 늘려달라고 환경부에 이의신청을 냈고, 행정소송을 제기한 업체도 있다.
산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의 조기 정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은 세계에서 온실가스를 7번째로 많이 배출하는 나라다. 이를 줄이려는 노력이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에너지 효율 증대 등 산업선진화에 불가결한 기업 체질 개선을 가져온다. 더욱이 정부는 기업의 어려운 처지를 감안해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시행시기를 당초 2013년에서 2년이나 늦춰준 바 있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뿜는 대형차를 사면 부담금을 내야 하는 저탄소 협력금제도도 2020년까지 보류한 상황이다. 업계 주장대로 정부의 허용 배출량 산출에 기술적 문제가 있더라도 우선은 제도를 충실히 시행해 가면서 문제점을 고쳐나가는 것이 순리다.
물론 현재 탄소배출권 시장의 주된 우려로 떠오른 수급 불균형에 대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상당수 기업이 배출권 할당량이 부족해 매입 필요성을 느끼는 반면 배출권을 팔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져 특정 시점에 배출권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업들은 2016년 6월까지 할당 받은 배출량에 따른 배출 실적을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데, 이 시점에 배출권 판매와 구입이 한꺼번에 몰릴 수 있으며, 압도적 수요 초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 선진국은 배출권 시장의 수급 안정을 위한 균형가격 형성에 도움이 되도록 선물(先物)ㆍ옵션 등 다양한 파생상품을 도입하고 있다. 이런 선진 사례를 정밀하게 연구하는 한편으로 조림사업과 녹색사업 진출을 기업에 적극적으로 장려해 배출권의 공급 확대를 유도하는 등 다각적 수급 불균형 완화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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