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北 의중 예의 주시
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임시 중지를 전제로 핵실험 중단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미국은 일언지하에 이를 거부했고, 한미 당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추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10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미국이 올해 남조선과 그 주변에서 합동군사연습을 임시 중시하는 것으로써 조선반도의 긴장 완화에 기여할 것을 제기하고 이 경우 우리도 미국이 우려하는 핵실험을 임시중지하는 화답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는 데 대하여 밝혔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런 제안을 담은 메시지를 9일 해당 경로를 통해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특히 “미국이 이 문제와 관련한 대화를 필요로 한다면 우리는 미국과 언제든지 마주앉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입장도 표명했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2월 말 키 리졸브 연례 합동군사훈련을 준비 중이며, 북한은 신년사 등을 통해 계속해서 훈련 중단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는 이런 북한의 제안이 ‘암묵적인 위협(implicit threat)’이라고 비난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11일 “일상적인 한미군사훈련을 핵실험 가능성과 부적절하게 연결하는 북한의 성명은 암묵적인 위협”이라며 “새로운 (4차) 핵실험은 복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북한의 의무를 명백하게 위반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그는 “우리(미국 정부)는 북한 당국에 모든 위협을 즉각 중단하고 긴장을 완화하는 동시에 신뢰할만한 협상을 재개하는 데 필요한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한미연합군사훈련 연계 주장에 양면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결정한 뒤 미국에 이런 제안을 한 것이라면 핵실험 명분 쌓기로 볼 수도 있다”면서도 “현재 남북대화 제의에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북한이 대화 호응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 양국의 입장을 떠보는 차원의 제안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북한이 실제로 뉴욕채널 등 북미 대화창구를 통해 대화 재개 등 여러 입장을 타진했을 가능성이 있어 정부는 이 부분도 주목하고 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