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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부터 군용까지... 건조밥 시장 석권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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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부터 군용까지... 건조밥 시장 석권 도전

입력
2015.01.1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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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층 건조법 제조 기술 특허

미생물 증식 차단... 식감 뛰어나

진천에 국내 최대 규모 생산공장

오송생명과학단지 연구소 마련

미음ㆍ라면밥 등 신제품 출시 눈 앞

코팅밥 건강보조식품 활용 기대

내수 이어 해외 수출 길도 활짝

“머잖아 한국의 건조밥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날이 올 겁니다.”

충북 진천군 덕산면 신척산업단지내 ㈜상산팜 정상헌(36)사장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그는 “올해는 상산팜의 건조밥이 세계 시장으로 뻗어가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상산팜은 이미 국내외 시장에서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관련 대기업의 신제품 출시 제의가 줄을 잇고 있고, 세계 각국에서 수출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2014년 1월 설립된 상산팜이 단박에 시장의 이목을 끈 것은 남다른 기술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건조밥 제조 관련 특허기술을 5개(1개는 출원중)나 보유하고 있다. 특허기술의 핵심은 유동층 건조법. 진공 및 송풍효과를 이용해 밥알을 공중에 띄워 회전시키면서 80~90도의 고온으로 빠르게 건조하는 방식이다. 고온에서 밥알이 날아다니며 고르게 건조되므로 이 방식은 미생물 증식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식감도 훨씬 부드럽다. 기존의 열풍건조 방식은 밥을 넓게 펴놓고 30~40도의 바람으로 천천히 건조하기 때문에 미생물 증식을 완전히 차단하기가 어렵다.

유동층 건조법의 밥 건조시간은 대략 2시간. 기존 방식의 평균 20시간에 비해 무려 1/10수준으로 단축해 버렸다. 먹는 밥으로 복원하는 시간도 기존 제품보다 배 가까이 빠르다. 게다가 전자레인지 없이 물만으로도 먹는 밥 복원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획기적인 건조밥 특허기술을 개발한 정 사장은 식품 전문가가 아니다.

부산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초ㆍ중ㆍ고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충주대 전자통신학과를 나왔다. 졸업 후 진천에 있는 H전자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만드는 기술자로 1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했다. 자신만의 사업을 해보고 싶었던 그는 퇴사 후 영업직에 뛰어들었다. 그 때 만난 지인으로부터 건조밥에 대한 얘기를 접했다.

“레저 활동이 늘고 손쉽게 한끼 식사를 해결하려는 직장인이 늘면서 건조밥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는 말에 귀가 번쩍 띄었습니다. 더 새롭고 혁신적인 건조법을 개발하면 일부 대기업이 장악한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2년여 전 영업직을 그만 둔 직후부터 그는 새로운 건조밥 개발에 골몰했다. 수십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4개월여 만에 유동층 건조법을 개발, 특허를 출원했다. 자금이 없던 그는 처음에는 소규모로 건조밥 완제품을 생산해 마트 등에 납품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유통구조상 규모를 키우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사실을 금세 깨달았다.

자금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기술력 하나만 갖고 투자를 유치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이근식(48)부사장 등 지금의 동료들을 만나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투자자를 구했고, 회사설립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해 2월에는 안정적인 쌀 확보를 위해 진천군과 투자협약도 했다. 진천에 둥지를 튼 것은 무엇보다 ‘생거진천쌀’의 우수한 품질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드디어 신척산업단지에 국내 최대 규모의 건조밥 생산공장을 건립했다. 전 생산라인을 안전하고 위생적인 HACCP인증시설로 자동화했다. 신기술 연구를 위해 청주 오송생명과학단지내 고려대의생명공학연구소에 자체 연구소도 마련했다.

현재 상산팜은 생산한 건조밥을 활용해 다양한 신제품 컵밥을 개발 중이다. 미음, 죽, 라면밥시리즈, 짭뽕밥, 육개장밥 등 가지 가지다. 이 신제품들은 국내 굴지의 식품회사인 P사를 통해 조만간 시중에 선보일 예정이다. L사, C사 등과 다른 신제품 건조밥을 개발하는 안도 추진중이다.

상산팜의 또 한가지 비장의 무기는 코팅밥 제조술이다. 건조한 밥을 코팅해 곡물의 영양소 손실을 막는 특허 기술이다. 이 기술로 적당한 수분을 함유한 밥을 코팅하면 금방 한 밥과 거의 같은 식감과 향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코팅제 성분만 달리하면 환자나 수험생 등을 위한 건강보조 식품으로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상산팜의 건조밥은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쌀의 고장인 미얀마에서 생산설비 설치 문의가 들어와 다음주부터 설비 플랜트 수출 협의를 시작한다. 러시아, 남미,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건조밥 완제품을 원해 수출 상담을 진행 중이다. 바이어들은 보관성(유통기한 2년)이 뛰어나고 물만 부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상산팜 건조밥의 장점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더 큰 꿈을 품고 있다. 자신이 개발한 건조밥이 전 세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구난구호 식량으로 쓰이는 것이다. 향후 유엔이나 적십자단체 등을 통해 그런 길을 찾아볼 참이다.

그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그 때마다 뜻을 함께하는 분들을 만나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며 “레저활동 간편식, 군 전투식량, 해외 여행객용 등으로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세계 건조밥 시장을 석권하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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