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 Colloquial Grammar (문법과 구어)
미국에선 고속도로에 숫자로 이름을 붙인다. 동서로 뻗은 도로는 짝수로, 남북으로 뻗은 도로는 홀수로 쓴다. 길을 알려줄 때는 “Take I-90 West out of ABC, then Route 66 South.” 식으로 말한다. 도로 이름 앞엔 정관사 the를 쓰지 않는 게 특징이다. 영국에서 도로를 말할 때 ‘the M21’이나 ‘the A28’처럼 정관사를 사용하는 것과 대비된다.
미국에선 날짜를 말할 때도 정관사를 잘 쓰지 않는다. ‘January 10th’ 식으로 쓰고 가끔 기수 표기로 ‘January ten’처럼 말한다. ‘THE tenth of January’나 ‘January THE tenth’라고 말하는 영국식 표현과 비교된다. ‘그가 병원에 입원 중이다’는 말도 “He is in the hospital”처럼 the를 넣는 미국과 the를 생략하는 영국의 표기법이 다르다.
우리처럼 모국어에 정관사나 관사가 없는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정관사 the는 골치 아픈 존재다. 최근 원어민 사이에서도 정관사가 사용되는 비중이 점차 줄고 있다고 한다. 지난 10년간 매년 1월 말에 있는 미국 대통령의 의회 연설인 연두 교서(State of the Union)를 살펴 본 결과 정관사 the의 사용 빈도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8세기 영어와 비교하면 현대 영어에서는 정관사 사용 비중이 거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그 원인이 현대 영어의 언문 일치 가속화 때문인지 아니면 공식적 영어 패턴 자체가 변하는 것인지는 별도의 연구가 필요할 듯하다.
가장 방대한 자료를 모은 Google의 서적 자료에서도 the 사용의 감소 현상은 두드러진다. 과거의 대통령은 자기 나라를 언급할 때 ‘the country’, ‘the nation’ 같은 용어를 사용했는데 요즘 대통령들은 ‘our country’라고 한다. 과거의 the 용례 관행에 따르면 한국의 경찰 업무를 ‘The Korean Police Service’로 표기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Police Korea’로 간단하게 표기할 수 있다. 앞으로 정관사의 사용 빈도는 점차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어에서 단어의 남성 여성 구분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처럼 영어에서도 정관사의 사용은 불변의 규칙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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