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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한번 충전으로 644km 주행… 테슬라의 혁신 '무한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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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한번 충전으로 644km 주행… 테슬라의 혁신 '무한질주'

입력
2015.01.1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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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간 끊임없는 연구개발

배터리 기술력 독보적

CEO 아이디어에 운도 따라

배터리값 낮추기 프로젝트 시동

지난해 10월 초 새로운 전기차 세단 시리즈 모델 D를 소개하는 엘론 머스크 테슬라모터스 최고경영자(CEO) 자료 : 로이터ㆍ테슬라모터스
지난해 10월 초 새로운 전기차 세단 시리즈 모델 D를 소개하는 엘론 머스크 테슬라모터스 최고경영자(CEO) 자료 : 로이터ㆍ테슬라모터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앤젤레스(LA)까지 644㎞를 단 한 차례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2인승 전기 스포츠카‘로드스터’가 2015년 초 첫 시범주행에 나섭니다.”

지난해 말 미국 최대의 전기자동차 회사인 테슬라모터스의 최고경영자(CEO) 엘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의 최초 모델 로드스터의 업그레이드 버전‘로드스터 3.0’의 출시 소식을 알렸다. 유가 급락으로 테슬라 주가가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해 9월 대비 25% 이상 빠진 상황에서 전기차의 아킬레스건인 주행거리를 가솔린차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그의 야심 찬 도전장에 시장은 주목했다.

머스크CEO의 구상이 현실화되려면 전기차의 심장인 리튬이온 배터리 에너지를 기존보다 30% 이상 끌어올리고, 공기역학성과 타이어회전 저항을 대폭 개선해야만 한다. 테슬라로선 기술혁신을 통해 또다시 전기차의 새 역사를 쓰기 위한 도전에 나선 셈이다.

전기차라면 골프용 카트 정도를 연상시키던 2008년. 테슬라는 전기차의 고출력 진가를 살린 스포츠카 로드스터를 선보였고,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이 구매에 나서면서 날개를 달았다. 머스크 CEO는 “로드스터의 경쟁자는 포르셰이지 혼다 어코드가 아니다”라며 프리미엄급 전기 스포츠카의 새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후 테슬라는 새로운 세단형 전기차 모델S 개발을 위해 2012년 1월 로드스터를 단종했다. 그러나 3년 후 테슬라는 모델S 개발 과정에서 얻은 차량 효율 개선 노하우를 업그레이드해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당초(390㎞) 보다 2배 늘린 신형 로드스터 출시 계획을 재천명한 것이다.

테슬라의 2인승 전기 스포츠카 로드스터. 자료 : 로이터ㆍ테슬라모터스
테슬라의 2인승 전기 스포츠카 로드스터. 자료 : 로이터ㆍ테슬라모터스

테슬라의 원천 기술력

200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전자결제시스템 회사인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이자 우주선 회사 스페이스X의 CEO였던 머스크와 컴퓨터 공학자 마틴 에버하드 등 5명이 스타트업 테슬라모터스를 공동 창업하면서 전기차의 새 역사가 시작됐다. 이들은 친환경 에너지 생산과 지속 가능한 교통수단 개발을 기업 모토로 삼았다.

테슬라는 미국인에겐 에디슨과 함께 전기의 양대 산맥으로 기억되는 전기공학자 니콜라 테슬라(1856.7~1943.1)에서 따온 이름. 로고도 T로 쓴다. 창업 초기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아 출발한 스타트업 테슬라가 지난 12년간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혁신과정을 통해 기존 전기차의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과 자웅을 겨룰 만큼 성장한 비결은 과연 무엇인가.

페이팔 공동창업자이자 벤처케피탈 투자자인 피터 틸은 지난해 발간한 저서 제로 투 원에서 테슬라의 성공 요인 일곱 가지를 꼽았다. 무엇보다 ▦시기를 잘 포착했고 ▦뛰어난 사람들을 모아 독자기술 개발에 성공했으며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로 키웠고 ▦남들과 다른 유통 방식을 통해 시장 장악력을 높임으로써 지속 가능한 성장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그는 분석했다.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이른바 ‘페이팔 마피아’수장인 틸은 “친환경기술 기업이 도산하는 이유는 기업이 반드시 답해야 할 이 같은 7가지 요건 중 한 가지 이상을 소홀했기 때문”이라며 “테슬라의 성공으로 친환경기술이 원래부터 뭔가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단언했다. 그는 특히 “에너지 해법을 위한 친환경 기술의 기본 아이디어와 필요성은 옳았다”며 “가치 있는 기업이 되기 위해선 테슬라처럼 특정 에너지 문제에 대한 뛰어난 해법을 제공할 수 있는 회사만이 돈을 벌 수 있고, 그 해법은 틈새시장을 찾아 먼저 작은 시장을 지배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슬라의 독보적인 기술력은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 관련 보유 특허에서 우선 찾아볼 수 있다. 테슬라가 보유한 특허 160여개 중 70%는 배터리 관련 기술이다. 테슬라는 고출력ㆍ고사양 전기차 개발을 위해 가격과 수급에서 유리한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했다. 전기차 분야의 라이벌인 BMW가 각형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가격이 싼 대신 안전성 논란이 있는 원통형 배터리 사용을 위해 테슬라는 과열 방지특허만 44건을 보유하고 있다. 테슬라 전기차가 대중화하는 데 기폭제 역할을 한 모델S에는 이 같은 배터리 7,000여개를 교류와 직렬로 복잡하게 연결한 배터리팩이 차제 하단에 깔려 있다. 틸은 “테슬라는 다른 회사들이 의존할 만큼 훌륭한 기술력을 가졌다”며 “다임러는 테슬라의 배터리팩 기술을, 벤츠는 테슬라의 구동장치를, 토요타는 테슬라의 모터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제너럴모터스(GM)는 테슬라의 기술개발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하기 위해 전담팀을 운용할 정도”라며 “하지만 테슬라의 기술적 성과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은 어느 한 부분이나 부품이 아니라 오히려 이들을 하나로 결합해 통합하는 테슬라만의 종합 디자인 능력에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차의 핵심요소는 파워 트레인과 전기전자 부품, 시스템 통합 기술이다. 파워 트레인은 배터리와 모터, 출력을 제어하는 엔진 같은 역할을 한다. 전기전자 부품은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등과 이를 통제하는 전자제어장치(ECU). 시스템 통합은 이들 부품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배치하고 조립하는 통합 기술이다. 실제로 모델S를 보면 테슬라만의 통합 기술력이 한눈에 들어온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IHS테크놀로지가 지난해 모델S의 전장 부분을 분해, 분석한 결과 이 차의 사용자 중심 서브 시스템은 기존 차량 전자장치 시스템보다 차라리 '태블릿'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차량의 뇌에 해당하는 헤드 유닛에 쓰인 부품만 5,000개로 일반 차량보다 5배나 많다. 차량 전면부 중앙에 위치한 17인치 디스플레이는 내비게이터와 온도조절, 인터넷 검색 등이 가능한데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아이패드를 연상시킨다. 애플 아이폰 모델에 처음 쓰인 TPK 터치스크린에다 엔비디아의 테크라 3프로세스를 적용해 빠른 컴퓨팅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들 헤드 유닛과 계기판을 하나로 통합한 인쇄회로기판(PCB)은 테슬라가 직접 설계하고 디자인한 것이다. 앤드루 라스와일러 IHS 상무는 “테슬라의 부품은 모두 외부에서 공급된 것이지만 이를 결합해 새 제품으로 통합하는 디자인 기술은 테슬라만이 가진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테슬라의 세단 시리즈 모델 S의 내부 모습 자료 : 로이터ㆍ테슬라모터스
테슬라의 세단 시리즈 모델 S의 내부 모습 자료 : 로이터ㆍ테슬라모터스

숨겨진 비밀

테슬라가 10여년 만에 미국인들에게 가장 신뢰받는 전기차 브랜드로 성장하기까지는 원천기술력뿐 아니라‘CEO 프리미엄’으로 대변되는 머스크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기회 포착력 등이 뒷받침됐다. 테슬라는 친환경 기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던 2000년대 중반 친환경 이미지에다 디자인까지 멋진 전기 스포츠카 로드스터를 내놓으면서 이목을 끌었다. 틸은 “머스크는 친환경 기술에 대한 관심을 주도하는 것이 유행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며 “당시 상자처럼 생긴 토요타 전기차 프리우스나 혼다 인사이트를 모는 한이 있어도 친환경적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 부유하며 지적인 사람들의 심리를 간파하고 이들을 근사하게 만들어 줄 전기차를 만든 것”이라고 테슬라의 비밀을 공개했다. 미국서부 신흥 부유층들의 지적 우월감을 충족시키는 차량이었다는 얘기다.

테슬라는 처음부터 무리하게 사업을 펼치기보단 자신이 지배할 수 있는 틈새시장부터 공략하기 시작했다. 바로 고가의 전기 스포츠카 시장 공략이 로드스터의 탄생 배경. 실제로 영화배우 디카프리오는 프리우스를 처분하고 10만9,000달러의 로드스터를 선택했다. 틸은 “일반 친환경 기술 기업들이 스스로를 차별화하느라 고전했지만, 테슬라는 친환경 기술이 환경적 의무보다 오히려 사회적 현상이라는 것을 알았고 이를 통해 고유한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테슬라는 로드스터를 단종하기까지 2,500대만을 팔았지만 고가인 점을 감안하면 적은 액수는 아니었다. 테슬라는 이를 바탕으로 보다 저렴하고 대중적인 전기차 모델S의 연구개발에 착수했고, 2014년에만 1만8,750대를 팔았다. 틸은 “소비자는 어떤 제품이 특정 문제를 뛰어나게 해결해 주지 않는 이상 특정 기술에 관심이 없다”며 “제한된 특정 시장에서 특별한 해법으로 독점할 수 없다면 향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란 어렵다”고 테슬라의 단계적 시장 공략 접근법이 주효했음을 시사했다.

테슬라는 기회를 포착하는 타이밍도 남달랐다. 2009년 녹색 일자리 창출이 미 국가 최우선 과제로 친환경 기술 기업에 대한 연방보조금이 책정되면서 지원이 이어졌고 그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머스크는 IT 버블 붕괴처럼 친환경 에너지 붐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재빨리 움직여 2010년 1월 미 에너지국으로부터 4억6,500만달러의 보조금을 확보했다. 틸은 “이 같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던 기회는 역사상 단 한 차례였는데 바로 테슬라가 그 기회를 포착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J.D. 파워스(2014) 등 미국 소비자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테슬라의 브랜드 인지도는 ‘전기차라면 테슬라’를 연상시킬 만큼 높다. 지난해 6월 테슬라는 전기차 관련 특허를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테슬라의 성공 DNA인 전기차 및 배터리 특허를 공개했으니 한마디로 파격인 셈이다. 그러나 이는 테슬라의 기술을 활용한 전기차 기업이 늘수록 전기차 생산 규모는 더 커지고 자동차 산업의 흐름이 전기차로 쏠리면 테슬라의 입지는 더 공고해 질 수 있다는 역발상 전략. 특허공개 발표 후 테슬라 주가는 13% 상승했고, 테슬라는 전기차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페이팔 공동창업자 피터 틸 벤처캐피털 파운더스펀드 대표
페이팔 공동창업자 피터 틸 벤처캐피털 파운더스펀드 대표

2020년을 쏜다.

머스크 CEO는 지난해 9월 언론인터뷰에서 “앞으로 5, 6년 후 2020년쯤에는 완전 자율주행 전기차를 선보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테슬라는 기존 모델S에 2개의 모터를 추가로 장착한 사륜구동모델D를 선보였다. 모델D가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은 람보르기니 수준인 3.2초. 하지만 시장을 더 놀라게 한 것은 바로 오토 파일럿 기능이었다. 모델D는 기존의 크루즈 콘트럴과 자동주차기능 등에다 추가로 3가지 자율주행 기능 시스템을 추가로 장착됐다. 이를 통해 충돌 위기 시 차량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하고, 운전자가 방향 지시등을 켜면 스스로 차선을 변경한다. 완전 자율주행은 아니지만 무인자동차로 가기 위한 전초 단계인 셈이다.

테슬라의 시계는 세계 각국의 탄소배출 및 연비규제가 본격화하는 2020년을 가리키고 있다. 자율주행 전기차 출시뿐 아니라 연간 판매량 50만대의 목표 시점도 2020년이다. 판매 확대를 위해선 차 가격을 3만달러 밑으로 내려야 하는데, 그 핵심은 배터리 원가를 낮추는 데 있다. 테슬라는 이를 위해 전 세계 리튬이온 전지 생산량 전체 규모를 한 곳에서 생산해 전지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기가팩토리 프로젝트’가동에 돌입했다. 파나소닉과 손잡고 미 네바다주에 50억달러 규모의 기가팩토리를 현재 건설 중이다. 틸은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로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향후 몇 년 후면 뒤쫓아오는 기업들과의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그는 “먼저 움직이는 것은 하나의 전략일 뿐 목표는 아니다”라며“누군가 따라와 1위 자리를 빼앗는다면 퍼스트 무버는 무용지물이고 오히려 라스트 무버가 되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틸이 언급한 라스트 무버란 특정 시장에서 마지막으로 훌륭한 발전을 이뤄내 독점이윤을 누리는 것을 의미한다. 테슬라가 그동안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과의 치열한 전기차 기술경쟁을 벌이며 퍼스트 무버로서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해 왔다면 2020년 그 역량을 배가해 라스트 무버로서의 야심을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학만 선임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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