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재원 생활 3년 차인 A씨는 요즘 ‘대륙의 실수’에 푹 빠졌다. 대륙의 실수란 실수라고 밖엔 도저히 설명이 안 될 정도로 가격은 싸고 성능은 뛰어난 중국산 짝퉁 제품들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대륙의 실수 중 하나는 이어폰이다. 100만원도 훌쩍 넘는 독일 S사의 이어폰과 똑 같은 외양의 중국산 짝퉁을 중국 인터넷에서는 3만~6만원이면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더구나 그 성능은 그저 중국산 싸구려 짝퉁이라 무시하기에는 너무 뛰어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이전에는 겉모습만 비슷하고 성능은 크게 못 미쳤던 중국산 짝퉁이 이젠 품질까지 거의 따라잡고 있다는 게 A씨의 평가다. 그는 “성능이 100인 대신 가격도 100만원인 진품과 성능은 90정도지만 가격은 10만원도 안 되는 짝퉁이 있다면 과연 어느 것을 구입하는 것이 합리적인 소비냐”고 반문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샤오미(小米)가 처음 이름을 날린 것도 ‘대륙의 실수’로 불리는 보조 충전기 덕이 컸다. 가격 대비 디자인이 깔끔하고 충전 속도 등도 빨라 중국에선 스마트폰은 삼성이나 애플을 써도 보조 충전기는 샤오미를 쓰는 사람들이 많다.
샤오미가 지난해 내 놓은 49인치 초고해상도(UHD) TV의 가격은 경쟁 업체의 4분의1 밖에 불과,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이 TV는 LG디스플레이 평판을 사용했다. 품질에선 큰 차이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샤오미의 공기청정기도 대륙의 실수 중 하나다. 초미세 먼지를 99.9% 여과할 수 있는 이 제품은 일본 B사의 제품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그러나 샤오미는 B사의 디자이너와 개발자를 영입한 뒤 이 제품을 내 놨다. 비슷할 수 밖에 없다. 반면 일본 B사의 정품이 60만원을 넘는 반면 샤오미의 공기청정기는 20만원 정도 밖에 안 한다. 중국 소비자가 과연 일본 제품을 고를 지, 아니면 짝퉁 논란은 있지만 자국산을 선택할 지는 고민할 일도 아니다.
이런 대륙의 실수는 T사의 안경테, E사의 칼, A사의 스마트 시계를 모방한 제품들로 점점 확산되는 추세이다. 모두 성능은 전문가도 구분하기 힘든 정도로 큰 차이가 없지만 가격은 최대 10분의1에 불과하다.
이 정도면 과연 이를 대륙의 ‘실수’라고 일컫는 것이 합당한 것인 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사실 이 용어엔 중국에 대한 근거 없는 무시와 선입견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산은 모두 싸구려고, 품질도 형편 없다는 뿌리 깊은 편견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바뀌었다. 지금도 변하고 있다. 지난해 뉴욕에 상장된 알리바바 같은 기업은 이를 잘 보여준다. 성능이나 품질에서 큰 차이가 없는 제품을 10분의1 가격에 만들어 팔 수 있다면 ‘대륙의 실수’가 아니라 ‘대륙의 실력’이라고 하는 것이 더 합당하다.
더 두려운 것은 미래다. 매월 100위안(약 1만8,000원)만 내면 사무실과 사무기기 등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고 각종 창업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중국의 ‘처쿠(車庫ㆍ차고라는 뜻) 카페’나 ‘3W’, 대학생의 창업 열기 등을 보면 앞으로 중국은 더 무섭게 변할 것이 분명하다. ‘대륙의 실수’는 이제 ‘대륙의 기적’을 만들어낼 기세다.
그럼에도 우린 아직 중국에 대한 선입관이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외부 시각이나 예상과는 상관없이 중국은 계속 성장하고 있고 그 추세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젠 ‘중국의 실수’라며 폄하하며 외면할 게 아니라 ‘중국의 실력’을 인정하고 국가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을 무시한 게 ‘한국의 실수’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박일근 베이징 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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