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다이어트도 담석 유발, 20대 경우 여성이 남성의 2배
큰풍선확장술 등 기술 발달로 15mm 담석도 내시경 제거 가능
전 세계 수많은 인종 중에서 ‘담석증’에 가장 취약한 것이 잉카 인디오이다. ‘절약 유전자’ 때문이다. 간에서 잉여 칼로리를 콜레스테롤로 전환해 저장토록 하는 유전자(HMG-CoA환원효소 활성화)가 이들 몸속에 있다. 인류가 굶주리던 아득한 원시시절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하던 유전자가 지금은 ‘불편한 유전자’로 전락했다.
의학적으로 한국인들도 담석이 잘 생겨나는 체질이다. 일단 생겨났다 하면 크기도 큰 것으로 보고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3년 국내 담석증 환자는 13만명을 헤아린다. 유럽인에서 발견되는 담석(총수담관담석 기준) 크기가 평균 10mm 이하인데 비해 한국인 평균은 15mm이다.
담석은 음식 소화를 돕는 간의 소화효소인 담즙이 딱딱하게 굳은 것이다. 간과 담낭(쓸개), 담도(담즙이 내려가는 가느다란 길)에서 생겨난다. 발생 위치에 따라 간내담관, 담낭담석, 담도담석으로 나뉜다. 구성 성분에 따라서는 색소성담석, 콜레스테롤담석으로 구분한다. 복통, 소화불량, 속쓰림이 주요 증상이다. 담석이 있더라도 10명 중 5명가량은 별다른 증상을 못 느낀다.
담석이 잘 생기는 고위험군이 있는데 이른바 ‘4F’로, 여성(Female), 40-50대(Forty-Fifty), 비만(Fatty), 임신 횟수 많은 여성(Fecund)이다.
4F로 대표되는 담석 발생 패턴은 근래 들어 커다란 변화를 맞고 있다. 예전과 달라진 식습관과 생활패턴 때문이다. 4F 중 하나인 다산의 경우 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한국에선 위험인자에서 제외됐다.
천영국(49)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예전엔 50대 이후 담석 발생이 많았는데, 요즘은 20~30대 젊은층에서도 꽤 생겨난다”며 비만, 다이어트, 고령임신 인구의 증가를 이유로 꼽았다. 식습관의 서구화로 코칼로리 음식을 즐기면서 비만자들이 많아진 반면 활동량은 되려 적어졌다, 다이어트 하면서 짧은 시간 내 급격하게 체중을 감량하는 것도 담석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나이 들어 임신하게 되면 담당의 수축능력과 콜레스테콜 분해능력이 떨어진다고 천 교수는 설명했다.
무리한 다이어트로 지방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게 되면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담낭에 고인 상태로 농축되면서 담석을 유발할 수 있다. 20대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담석 발생이 2배나 된다.
1980년대 이전에는 담석증 환자는 대부분 색소성이었으나 요즘 젊은층에서 많이 발견되는 것은 콜레스테롤 담석이다. 식습관의 변화가 담석 발생 양상을 바꿔 놓고 있다.
천 교수는 “요즘은 15mm 이상의 큰 담석까지 웬만하면 내시경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담도에 생겨난 담도담석은 거의 모두 개복수술을 했다. 1972년 내시경을 이용한 유두부괄약근절개술이 개발되면서 비수술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비교적 최근 선보인 치료법은 레이저쇄석술과 내시경적 유두부 큰풍선확장술(EPLBD)이 대표적이다.
국내 50대 이상에서 발견되는 총수담관담석의 평균 크기는 15mm. 하지만 유두부괄약근절개술을 통해 빼낼 수 있는 최대 크기는 10mm이다. 이에 따라 담도 입구를 전기칼로 째서 넓힌 뒤 직경 12~20mm짜리 풍선을 넣어 15~20mm의 큰 사이즈 담석을 빼낸다(내시경적 유두부 큰풍선확장술). 이보다 더 큰 담석의 경우에는 담도 입구를 넓힌 다음 담도 내로 레이저 등 기구를 집어넣어서 돌을 파쇄시킨 뒤 빼낸다(레이저쇄석술). 천 교수는 지난해 큰풍선확장술 등 치료법에 대한 비교연구를 통해 안전성과 치료효과를 입증하는 논문을 발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담낭담석은 복강경을 통해 쓸개 자체를 떼내는 복강경 절제술로 치료한다. 간내담석은 치료가 까다롭다. 간에는 미세한 담도가 여러 갈래로 복잡하게 나 있는 데다 협착이 동반된 경우가 많아서다. 간내담석은 담관암의 유력한 위험인자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돌이 많고 협착이 심하고 간내 깊숙이 생겨난 간내담석은 간 일부를 떼내는 간엽 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
담석증은 일단 생기면 식이요법으로 치료가 쉽지 않지만, 재발을 막거나 담석 환자에서 발작 증상을 막기 위한 예방책으로는 유효하다. 식사량과 식사 중 지질량이 많을수록 담즙 분비도 많아지므로 피한다. 기름기가 많은 장어구이ㆍ중국요리, 문어 오징어 햄 죽순 알코올 커피 등 음식은 담석증에 안 좋다. 날달걀은 담낭 수축과 발작을 일으켜 피해야 하지만, 반숙한 것이나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은 흰자위는 괜찮다. 식물성 섬유소는 담즙 배출을 촉진하고 장내세균에 의한 2차 담즙산의 생성을 억제하므로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송강섭기자 eric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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