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10일 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임시 중단하면 핵실험을 임시로 중단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암묵적인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의 제의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인도를 방문할 예정인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수행하는 젠 사키 대변인도 이날 중간 기착지인 독일 뮌헨에서 북한의 제의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대답을 묻는 기자들에게 같은 내용으로 답변했다.
사키 대변인은 “일상적인 한미 훈련을 핵실험 가능성과 부적절하게 연결하는 북한의 성명은 암묵적인 위협(implicit threat)”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새로운 (4차) 핵실험은 복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북한의 의무를 명백하게 위반하는 것”이라며 “2005년 6자회담 공동성명에 따른 북한의 약속에도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북핵 6자회담 재개 등에 앞서 비핵화에 이를 수 있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조치를 통해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한 약속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을 준수하는 절차를 먼저 밟아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종전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앞서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이 지난 9일 미국 측에 전달한 메시지에서 “미국이 올해에 남조선과 그 주변에서 합동군사연습을 임시 중지하는 것으로써 조선반도의 긴장완화에 기여할 것을 제기하고 이 경우 우리도 미국이 우려하는 핵실험을 임시 중지하는 화답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는 데 대하여 밝혔다”고 전했다.
사키 대변인은 미국 정부도 북한과의 대화에는 열린 입장이지만, 이 대화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신뢰할 만하고 진정한 협상 재개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미 간 연례 연합군사훈련은 투명하고 방어 목적이며 약 40년간 정기적으로, 그리고 공개적으로 진행돼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미국 정부)는 북한 당국에 모든 위협을 즉각 중단하고 긴장을 완화하는 동시에 신뢰할 만한 협상을 재개하는 데 필요한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 6자회담에 참여하는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모든 문제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국무부는 그러나 북측으로부터 이런 메시지를 실제 전달받았는지, 어떤 경로를 통해 소통했는지 등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한편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도 전날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한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남측과의 대화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군사훈련의 중단을 요구하는 데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말에 한반도 정책은 변화가 없다고 일축했다.
커비 대변인은 “해당 언급이나 그에 대한 보도를 보지는 못했지만, 확실한 것은 한미동맹조약에 따른 한국 방어 의무나 주한미군 유지 약속 등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한반도 안보와 안정이라는 미국의 공약에도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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