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당국이 사살된 테러 용의자 3명에 대한 사전정보가 충분했지만 테러를 막지 못한데 대해 안보·정보 당국의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뉴욕타임스는 프랑스 안보·정보 당국이 시사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용의자인 사이드 쿠아치(34)와 셰리프 쿠아치(32) 형제와 예멘 알카에다의 연관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고 9일 보도했다.
또 쿠아치 형제와 파리의 유대 식료품점 인질극의 범인인 아메디 쿨리발리(32)가 수년 전부터 교류하던 사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쿨리발리는 경찰에 쫓기던 쿠아치 형제가 파리 북동부 인쇄 공장에서 인질극을 벌일 때 인질극을 벌이던 식료품점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경찰이 쿠아치 형제를 체포하면 인질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도 9일 저녁 방송에서 “이는 분명한 실패”라며 “17명이나 죽었다면 (당국의 대응에) 결함이 있는 것”이라고 시인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프랑스가 이런 ‘실패’를 한 이유는 프랑스 정보 당국과 경찰이 다른 더 큰 위협에 집중하느라 예멘에서 돌아온 쿠아치 형제에 대한 감시 강도를 낮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뉴욕타임스에 “형제의 악명이 자자해 프랑스가 한동안 이들을 감청했다”며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감시 자원을 다른 감시 대상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내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로 의심되는 인물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현실도 프랑스 당국이 이번 테러를 막지 못한 원인일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프랑스는 시리아, 이라크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합류한 자국민 1,000∼2,000명 중 약 200명이 돌아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국의 감시 업무량 역시 크게 늘어난 상태다.
특히 이들의 테러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프랑스 당국은 안일한 대응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쿠아치 형제 중 동생인 셰리프는 2010년 수감 중인 1995년 파리 지하철 폭탄 테러범의 탈옥을 도우려 한 전력이 있다. 쿨리발리도 당시 셰리프와 함께 파리 지하철 폭탄 테러범의 탈옥을 도왔다고 프랑스 현지 언론은 전했다.
또 프랑스 당국은 형인 사이드가 2011년 예멘을 다녀온 사실도 알고 있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특히 사이드는 미국의 드론 공습으로 숨진 알카에다의 핵심 인물 안와르 알아울라키를 만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1월에 쿠아치 형제 중 한 명을 예멘 수도 사나에서 만났다는 목격담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한 언론인은 2009년 성탄절 미국 디트로이트행 비행기 폭파 시도범인 알카에다 소속 우마 파룩 압둘무탈랍의 집을 취재차 방문했을 때 쿠아치 형제 중 한 명이 아이들과 축구를 하며 놀고 있었고 자신을 “압둘무탈랍의 친구”라고 소개했다고 밝혔다. 안보 당국은 쿠아치 형제가 2009~2012년 예멘을 드나들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예멘이 미국과 달리 프랑스에선 주요 감시 대상국이 아니었기 때문에 당국이 이번 테러 용의자들을 크게 경계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쿨리발리는 2009년 한 청년 취업 간담회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대통령을 직접 만났다고 르 파리지앵은 전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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