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사흘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테러와 인질극으로 세계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사국 프랑스와 미국, 영국 등은 이번 테러와 인질극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더 큰 인종ㆍ종교 분쟁으로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번 테러의 배후임을 인정한 예멘의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AQAP)가 추가 테러를 암시해 서구권을 중심으로 테러 공포가 쉬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9일 2건의 인질극이 경찰 특공대에 의해 진압된 직후 대국민 연설을 통해 “프랑스를 대상으로 한 위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올랑드 대통령은 파리의 유대인 식료품점에서 발생한 인질극에 대해선 “끔찍한 반유대 행위”라고 비판하면서도 “이번 광기들이 무슬림 지역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프랑스 총리 마뉘엘 발스도 이날 텔레비전 연설에서 “우리는 전례 없는 테러리스트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파리의 경계 태세는 7일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 발생 뒤 격상된 최고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식료품점에서 쿨리발리와 인질극을 벌였던 쿨리발리의 법적 아내 하야트 부메딘은 무장한 채 도주해 프랑스 경찰이 쫓고 있다.
해외 주요 지도자들은 이번 테러와 인질극에 대해 비판하며 프랑스에 연대감을 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오늘도 내일도 프랑스 옆에 설 것이라는 점을 프랑스인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9일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프랑스는 미국의 가장 오랜 동맹”이라면서 “이번 테러 사건이 종료됐으나 테러 위협이 여전해 프랑스 정부는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 알렉산더 스툽 핀란드 총리 등 다수의 유럽 지도자들은 11일 파리에서 열릴 일명 ‘톨레랑스’(관용) 집회에 참석해 프랑스의 반테러 의지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독일 함부르크의 한 행사에 참여해 “프랑스와 독일이 같은 가치를 공유한다며 이러한 가치가 위협받을 때 함께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이날 “샤를리 에브도가 추구한 가치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올랑드 대통령의 집회 초청을 받아들였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톨레랑스 집회는 극단적 이슬람 세력의 테러에 대해 강력 대응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이민자를 관대하게 포용하겠다는 프랑스의 메시지를 알리기 위해 열린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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