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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만이 살길" 강남 학원가 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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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만이 살길" 강남 학원가 광풍

입력
2015.01.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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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들 보통 학원 2곳 이상 순례… 소문난 학원은 대기자만 100명도

쉬운 수능 영어에 절대평가 예고 후 우려됐던 풍선효과 현상 현실로

서울 강남구 D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A군은 방학 중이지만 학기 때보다 더 바쁘다. 새학기를 대비해 학원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있다. 배우는 과목은 다양하다. 영어는 학원에서 주 3회, 중국어 학원도 주 3회, 사회는 시간당 3만원씩 내고 주 1~2회 과외를 받는다. 주 1회인 논술학원도 빠지지 않는다. 체력을 키우기 위해 월 수강료 15만원을 내고 체육 학원에 주 3회 다니고 있다.

그러나 겨울방학 동안 A군이 무엇보다 신경 쓰는 과목은 수학이다. 작년 말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수학 학원 2곳에 등록했다. 한 곳은 월ㆍ수ㆍ금요일, 다른 한 곳은 화ㆍ목요일 각각 상급생 수학을 배우고 있어 수학만은 매일 놓지 않는 셈이다. 학원 2곳의 수강료만 월 91만원이며, 교재비까지 포함하면 100만원 안팎에 이른다. 토요일에도 2시간 과외를 통해 고등학교 과정인 ‘수학의 정석’까지 배운다. 어머니 B(45)씨는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학생들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된다고 해 수학에서 변별력을 갖춰야 한다”며 “지금 수학을 잡아 놓지 못하면 따라잡기 힘들다”고 말했다.

‘사교육 1번지’ 서울 강남에 수학 광풍이 불고 있다. 강남 사교육이야 새삼스러울 것이 없지만 최근 수학 학원 과열양상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쉬운 수능 영어에 절대평가가 예고된 상황에서 ‘수학만이 살길’이라는 인식이 퍼져 예상됐던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학원비 옥외 표시제’ 전면 확대, ‘사교육특별관리구역’ 설정 등으로 학원비 인상을 억제하고 선행교육 풍토를 근절하겠다며 작년 말 교육부가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대책 및 공교육 정상화 방안은 강남에서는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실제 이 지역에서는 A군처럼 수학 학원을 2곳 이상 다니는 것이 기본처럼 여겨지고 있다. 수학 학원마다 문전성시를 이루고, 잘 가르친다고 소문난 학원은 대기자만 100명을 훌쩍 넘는다. 강남의 유명 수학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시험을 봐야 하고 합격하지 못하면 등록을 할 수 없다.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따로 과외를 받는 학생들도 있다.

학원에 다니면서도 과외를 끊지는 못한다. 과학고반, 의대반 등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학원 수업은 중학생들이 따라가기에 벅찰 수밖에 없어 학원 수업을 위해 과외를 받는 학생도 적지 않다.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어머니 C(47)씨는 “수학 학원에서 내준 숙제가 많기도 하고 어렵기도 해서 오후 10시에 학원이 끝나면 새벽 3~4시까지 숙제를 한다”며 “숙제를 하지 않을 경우 학원 수업을 듣지 못하고 누적되면 학원에서 수강을 취소할 수도 있어 주말에 따로 과외를 시킨다”고 말했다. 학생이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면 학원은 수강을 취소하고 대기자 가운데 한 명씩 보충할 수 있는 구조다. 학원이 ‘갑’이 되다 보니 한 학원은 등록 시 ‘체벌이 가능하다’는 서류에 부모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곳도 있다.

수학 광풍은 초등학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초등학교 3~4학년생들이 학원에서 중학교 과정을 듣는 게 강남에선 일반적이다. 특히 3~4명씩 소수그룹 별 공부방, 과외가 영재반이란 이름으로 성행하고 있다. 역삼동의 한 학부모(44)는 “D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친구로부터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에 마련된 공부방에서 새벽 1시까지 과외를 받고 집에 돌아온다는 말을 들었다”며 “엄연한 불법인데 과외 선생이 그 시간밖에 안 된다고 해 그렇게라도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인력부족을 이유로 단속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계약직 단속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할지 아직 못 정하고 있다”며 “단속을 하긴 하겠지만 이미 학원들이 대비하고 있어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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