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잘사는데 왜 국민은 못사는가 / 도널드 발렛ㆍ제임스 스틸 지음
제목의 질문에 답부터 말하자. 1%를 위한 국가의 정책 때문이다.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중산층의 꿈은 배반당했다.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 기자 2명이 함께 쓴 책이다. 미국의 최근 30여 년을 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아메리칸 드림’이 어떻게 사라지게 되었는지, 1%의 탐욕이 99%의 꿈을 앗아간 과정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미국 전역을 취재하고 미국 국민들의 육성을 담아 비판하고 고발한다. 분노하면서도 완전히 절망하지는 않는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며, 1%에게 세금을 더 공정하게 거두고, 1%가 정의롭고 철저하게 법을 지키도록 한다면 희망은 있다고 말한다. 정답이겠으나 너무 멀게 느껴진다. 한국의 현실이 그만큼 어두운 탓일까. 이찬 옮김. 어마마마ㆍ328쪽ㆍ1만5,000원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어제가 없는 남자, HM의 기억 / 수잰 코킨 지음
영화나 드라마 소재로 사랑 받는 ‘기억상실’을 56년간 실제로 겪은 환자가 있다. 그는 간질 발작 치료를 위해 해마 제거 수술을 받은 뒤 장기기억능력을 잃어버렸다. 저자는 연구자이자 보호자로서 그와 함께한 기록들을 모아 이 책을 썼다.
죽은 뒤에야 실명이 알려진 HM의 사례는 기억과 학습에 관한 매커니즘을 밝혀내 뇌 과학 발전에 기여했다. 기억은 자아정체성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기억 속 상실이나 실패의 고통은 한 개인의 삶을 평생 지배하는 방해 요소이기도 하다. 그의 경우 과거의 추억도 미래의 걱정도 없는 채 현재시제로만 살았기에 매 순간에 충실할 수 있었다. 삶의 마지막까지도 자신에 관한 연구가 타인의 더 나은 삶에 도움되기를 바랐던 그의 생을 통해 각자의 삶을 성찰하게 된다. 이민아 옮김. 알마ㆍ542쪽ㆍ1만9,800원
김세희 인턴기자(이화여대 사회생활학과 4학년)
민주 정부 10년, 무엇을 남겼나/이병천 신진욱 엮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0년 간 한국의 사회경제적 구조 변화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 소속 16명의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이 시기는 정치적으로 볼 때 1987년 민주화 이후 야당으로 평화적 정권 교체가 이뤄졌지만, 경제적인 면에서는 재벌기업이 급성장해 불균형 경제구조가 심해진 때이기도 하다. 책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10년 동안 자유화, 개방화, 유연화, 사유화가 급격히 진행됐고, 신자유주의 체제와 개발주의 요소가 결합되면서 제조업 기반에 재벌 중심의 혼성 체제로 나아갔다고 설명한다. 불평등, 양극화 등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들이 응축된 시기이기도 하다. 책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경제 위기 극복이라는 현안 앞에서 재벌 문제를 키웠다고 역설한다. 삼성그룹이 재벌형 소유지배구조, 권력 네트워크 구축, 포괄적 정치자금 공세, 기업 법무 조직 강화 등 체계를 구축해온 과정도 짚어준다. 후마니타스·644족·2만8,000원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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