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남녀피겨선수권 女싱글 우승
‘피겨 여왕’ 김연아(25)가 건넨 금메달을 품은 건 박소연(18ㆍ신목고)이었다.
박소연이 생애 첫 종합선수권대회 우승의 달콤함을 맛봤다. 박소연은 9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5(제69회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1.54점에 예술점수(PCS) 52.45점으로 113.99점을 획득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 60.40점을 더해 합계 174.39점이다. 기대를 모은 개인 첫 180점 대 돌파에는 실패했지만 2위 최다빈(160.80점ㆍ강일중)을 여유 있게 제쳤다.
이로써 김연아의 맥을 잇는 ‘차세대 여왕’은 박소연이 한 발 앞서 나가는 모양새다. 최근 동갑내기 라이벌 김해진(152.86점ㆍ5위ㆍ과천고)이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있고, 박소연은 지난달 초 회장배 랭킹대회에서도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이번 우승으로 3월 23~29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도 따낸 박소연은 시상자로 나선 김연아에게 금메달과 꽃다발을 받은 뒤 함박웃음을 지었다.
성에 차는 연기는 아니었다. 첫 점프 트리플 러츠를 싱글로만 처리하는 등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박소연은 그러나 이어진 트리플 살코-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안정적으로 뛰었고, 이후에도 큰 실수 없이 연기를 마무리 했다. 그는 “실수가 있었지만 마침내 정상에 올라 기쁘다. 세계선수권 ‘톱 10’ 진입이 목표다. 긴장해서 (김)연아 언니가 가르쳐준 부분들이 나오지 않았지만, 시상자로 나선 언니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까지 자신감을 끌어올려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하이힐에 검은색 원피스로 한껏 멋을 내며 은반 위로 깜짝 컴백한 김연아는 “대학원에서 공부 하며 쉬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이어 “우리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나가도 밀리지 않는 실력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기대가 된다. 초등학교 어린 선수들과 이들을 이끄는 중ㆍ고교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어 고맙다”고 격려했다. 김연아는 시상식 후 ‘김연아와 함께하는 KB금융 피겨 꿈나무 장학금’ 전달식에 참여해 대한빙상경기연맹에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남자 싱글에서는 이준형(19ㆍ수리고)이 라이벌 김진서(19ㆍ갑천고)에 또 한 번 짜릿한 역전극을 펼쳤다. 회장배 랭킹전에서도 쇼트프로그램에서의 부진을 프리스케이팅 고득점으로 만회한 이준형은 기술점수(TES) 74.45점과 예술점수(PCS) 66.70을 묶어 141.15점을 얻었다. 7일 쇼트프로그램 68.75점을 더한 총점은 209.90점이다. 반면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69.27점)에 오른 김진서는 잦은 실수를 반복하며 합계 197.84점에 그쳤다.
이준형이 기록한 209.90점은 국내 대회 남자 싱글에서 나온 최고점이다. 종합선수권대회 200점 돌파도 처음이다. 이준형은 첫 번째 과제 트리플 악셀-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0.86점이 감점됐고 더블 악셀에서도 1점을 잃었지만 나머지 점프는 성공적으로 마치며 생애 첫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이준형은 “최초의 200점 돌파지만,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자잘한 실수가 있어서 더 보완해야 한다”며 “세계선수권에서는 210점을 넘겨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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