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된 246명 추모 묵념하며 시작 후배들 '인연' 등 합창으로 축하
2학년 희생자 교실 보존 작업 등 환경개선 위해 졸업식 한 달 앞당겨
“모두가 슬퍼해 주저앉았던 봄, 거센 파도 같았던 그 봄을 선배들이 있었기에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2학년 후배의 떨리는 송사에 학교를 떠나야 하는 졸업생들의 눈물은 그칠 줄 몰랐다. 선배들은 참혹한 사고에서 살아 돌아와 당당히 앞에 서준 후배가 대견하고 안쓰러워서, 후배들은 보듬어준 선배들이 고맙고 또 헤어짐이 아쉬워서 눈물을 훔쳤다.
9일 오전 10시 15분 경기 안산 단원고 4층 대강당에서 ‘제8회 졸업식’이 시작됐다. 수많은 후배들을 가슴에 묻은 아픔을 떨치고 묵묵히 제자리를 지켜왔던 3학년 학생들이 후배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기 위해 한자리 모였다.
3학년 학생 500여명과 학부모, 1,2학년 후배들이 함께한 졸업식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2학년 학생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시작으로 1시간15분 가량 진행됐다.
2학년 생존학생 75명 가운데 55명은 함께하지 못한 친구들의 몫까지 더해 멋진 축하공연을 선보였다. 식전 무대는 여학생 36명이 꾸몄다. 아이들은 가수 이선희의 노래 ‘인연’과 뮤지컬 ‘그리스’의 ‘위 고 투게더(We go together)’로 화음을 맞췄다.
‘이생에 못한 인연 먼 길 돌아 다시 만나는 날…’한 소절 한 소절 이어갈 때마다 친구들이 떠올라 입술이 파르르 떨리며 시야가 흐릿해졌지만, 마음을 다잡고 끝까지 무대를 지켰다.
졸업식이 끝난 뒤에는 2학년 남학생 19명이 인순이의 ‘아버지’를 선사했다. 피아노로 직접 반주를 하며 무대를 꽉 채운 후배들의 공연에 선배들은 뜨거운 눈물과 박수를 보냈다.
재학생 송사는 2학년 12반 최민지 양이 맡았다. 최양은 “잎이 진 나뭇가지 사이로 휘몰아치는 찬바람이 몸과 마음에 불어오는 듯한 해였다”며 “울타리 같았던 선배님들의 빈자리 채워가야 할 생각에 두려움이 앞서지만, 부끄럽지 않은 후배가 되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눈물의 송사에 졸업생들은 울먹이며 먹먹한 가슴을 녹여냈다. 답사에 나선 3학년 12반 오규원 군은 “이 자리에 당당한 모습으로 설 수 있게 된 이유는 따스하게 안아주시던 선생님과 부모님의 사랑, 친구들과의 우정, 그리고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 준 대견한 후배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고마워했다.
학부모와 학교장의 격려도 있었다. 세월호 희생자 고(故) 박혜선 양과 졸업생 혜원양의 어머니 임선미(50)씨는 “단원고라는 꼬리표가 제일 걱정”이라며 “원하지도, 받지도 않은 대학특례 얘기로 또 상처를 받겠지만 당당하고 담대하게 나갔으면 한다”고 응원했다.
추교영 교장은 “나와 선생님, 우리 어른들은 해마다 그날이 오면 추모와 참회의 길을 걸어갈 것”이라며 동참해 달라고 했다.
단원고는 2학년 희생자들의 교실을 보존하고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졸업식을 예년보다 한 달 가량 앞당겨 가졌다.
지난해 4월 제주도로 수학여행길에 올랐던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은 여객선 세월호 침몰로 325명 가운데 246명이 희생되고, 4명은 아직 뭍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유명식기자 gij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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