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테러리스트 파악 부심, 파리 남부서 추가 총격 사건 초긴장
佛, 전화·인터넷 내역 수집 가능 英 정보국 "최근 20여 건 감지" 촉각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 이후 프랑스는 물론 유럽 각국과 미국이 유사 테러 발생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로 샤를리 테러 다음 날인 8일 파리 교외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나 경찰 1명이 숨지고 환경미화원 1명이 크게 다치는 사건이 있었다. 각국에서는 자국내 테러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개인정보 수집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테러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회의도 긴급 소집됐다.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쯤 파리 남부 몽루즈 거리에서 방탄조끼를 입은 남성 한 명이 여경과 환경미화원에게 자동소총을 쐈다. 프랑스에 최고 수준의 테러 경보가 발령된 가운데 일어난 사건이다. 여경은 곧장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환경미화원도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경찰은 달아난 범인을 체포하기 위해 수색 중이며, 이 사건이 전날 테러와 관련돼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프랑스 못지 않게 테러 발생 가능성이 높은 영국의 앤드루 파커 국내정보국(M15) 국장은 이날 M15 본부에서 이례적으로 연설을 갖고 최근 수개월 간 영국을 겨냥한 치명적 테러 계획 3건을 막았다고 밝혔다. 파커 국장은 “‘시리아 알카에다 핵심 전사들’이라는 조직이 대규모 인명피해를 내기 위해 교통 시스템이나 랜드마크 등을 공격할 서방 출신 지하드 전사를 모으려 했다”며 “2013년 10월 이후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 계획이 최소 20건 있었다”고 말했다.
각국이 이 같은 테러 차단을 위해 최우선으로 관심을 두는 것은 잠재적 테러리스트들을 파악해 이들을 감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구체적인 개인정보 수집이 필수다.
프랑스에서는 새해 들어 광범위한 감시법이 발효돼 수사관들이 개인의 전화와 인터넷 사용 내역을 실시간 수집할 수 있게 됐다. 수사관들은 총리가 임명한 공무원의 동의만 얻으면 개인 휴대전화 위치와 인터넷 주소를 제출할 것을 통신과 인터넷 업체들에 요구할 수 있다. 또 추적 대상 인물들이 온라인에서 어떤 행위를 하는지, 누구와 접촉하는지에 관한 정보와 함께 사용자 명의와 은행계좌의 세부 내역도 요청할 수 있다.
영국의 파커 국장은 이와 함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 맞서 싸우는 데 필요한 새로운 권한을 요청하고 나섰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파커 국장은 테러 음모는 갈수록 증가하는 반면 정보당국의 통신 감청 능력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보국 업무의 50% 가량은 대테러 기능이라고 지적한 뒤 “갈수록 증가하는 테러 위협과 이에 대한 대처 능력 사이의 심각한 불균형이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보수파 정치인을 중심으로 국가안보국(NSA)를 비롯한 정부기관의 정보수집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밥 코커 의원(공화당) 상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주간지 인터뷰에서 “NSA가 의회의 감시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리 정보를 수집하고 테러를 예방하는 능력을 지나치게 자제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NSA는 소니 해킹과 관련해 민간 기업들의 표현의 자유, 금전적 피해 같은 가치의 침해 여부를 비롯해 정부 대응책을 위한 새 기준을 정하는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마이클 로저스 NSA 국장은 소니 해킹을 ‘게임 체인저’(판도를 바꿀 정도로 중요한 사건)로 규정하고 민간 기업에 대한 사이버 공격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임을 시사했다. 로저스 국장은 “사이버보안 문제는 국가, 공공 영역과 민간 영역 또는 간첩행위, 전투와 범죄 같은 전통적인 경계에 구분이 없다”면서 “정부와 기업들이 해킹 공격을 막고 대응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러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국가간 연대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미국의 에릭 홀더 법무장관과 유럽 내무장관들을 프랑스로 초청해 11일 반테러 국제회의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즈뇌브 내무장관은 “각국이 프랑스와 연대를 보여주는 한편 공통 문제인 테러리즘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의 장 플로드 융커 집행위원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몇 주 안에 새로운 대테러 계획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EU 외무장관들은 19일(벨기에), 28일(라트비아) 만나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한편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는 샤를리 에브도 테러범 일당을 일제히 칭송하는 메시지는 내놨다. IS는 이날 자체 운영 라디오 방송에서 테러범 3명을 “영웅들”이라며 “지하디스트 영웅들이 선지자(무함마드)의 복수를 위해 샤를리 에브도를 테러했다”고 주장했다. 테러ㆍ극단주의 감시단체 시테는 알카에다 북아프리카지부가 “알라가 선지자 무함마드의 복수를 한 이들과 함께 하기를”이라는 글과 함께 무함마드를 조롱하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생전 메시지를 올렸다고 전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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