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필승계투조로 69경기 출전
두둑한 배짱투 KS성적도 MVP급
"붙박이 선발 기회 오리라 믿는다"
‘애니콜’은 원래 임창용(39)의 별명이다. 어느 상황에서나 등판해 믿음직한 투구를 선보인다는 의미다. 차우찬(28ㆍ삼성)도 ‘애니콜’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선발, 구원 등 보직을 가리지 않고 씩씩한 투구를 해왔다. 2011년 류중일(52) 삼성 감독이 처음 지휘봉을 잡으면서부터 가장 요긴하게 활용한 투수 중 한 명이 차우찬이다.
군산상고 출신의 차우찬은 2006년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7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그 해 1군 데뷔전을 치렀고, 2010년 10승2패, 2011년 10승6패 등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챙겼다. 2013년도 10승 고지에 오른 해다. 43경기에 나서 10승7패, 평균자책점 3.26을 찍었다.
차우찬은 윤성환(34) 장원삼(32) 배영수(34) 등 선배들 틈에서 선발 보다는 구원으로 등판한 경우가 잦았다. 2010년 출전한 37경기 중 선발 16경기, 2012년 26경기 중 선발 11경기, 2013년 43경기 중 선발 12경기, 지난해에는 69경기를 모두 불펜에서 뛰었다. 그가 온전히 선발로 활약한 해는 2011년(24경기)뿐이다. 팬들도 필승 계투조, 롱릴리프(구원으로 나와 긴 이닝을 소화하는 투수)의 이미지로 차우찬을 기억한다.
그런 그가 올해는 선발로만 뛸 공산이 크다. ‘푸른 피의 에이스’ 배영수가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한화 유니폼을 입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수 2명에 검증된 토종 선발은 윤성환 장원삼만 남았다. 류 감독도 “모든 투수에게 기회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하면서도 차우찬을 포함한 몇몇 투수에게 우선권을 줄 전망이다.
차우찬은 짧은 백스윙에서 나오는 직구, 슬라이더가 장기다. 커브, 체인지업도 간간히 던지지만 결정구는 슬라이더 또는 직구다. 두둑한 배짱으로도 유명하다. 정규시즌 보다 포스트시즌, 특히 한국시리즈(KS)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류 감독이 처음 시도한 포스트시즌 1+1(선발 두 명을 잇따라 등판시키는 마운드 운용) 전략은 ‘애니콜’할 수 있는 차우찬 같은 선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차우찬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만 고전했을 뿐, 2010~13년까지 4년 연속 호투했다. 무엇보다 두산과 7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치른 2013년 KS 5경기의 평균자책점이 고작 1.42다. 통산 KS 성적도 14경기 2승1패, 2.38의 평균자책점이다. 한국시리즈 MVP(최우수선수)를 받아도 될 만한 성적이다.
차우찬은 평소 선발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 “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떤 자리에서든 던지겠다. 매일 던져도 내 팔은 끄떡없다”고 하면서도 “물론 첫 번째 투수로 등판하는 게 좋긴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팀엔 좋은 투수들이 많다.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붙박이 선발로 뛰는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올해가 기회다. 2010~11년만 해도 류현진(28ㆍLA 다저스) 김광현(27ㆍSK) 양현종(27ㆍKIA) 등과 비슷한 코스를 밟으며 리그를 대표하는 왼손 선발 투수로 성장할 것처럼 보였던 차우찬이 서른을 눈앞에 두고 배영수 공백 메우기에 나선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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