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업계 연쇄도산 신호탄 우려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미국에서도 이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하는 셰일원유 업체가 첫 발생했다. 일부에서는 고유가 기간 중 유전 개발을 위해 관련 업계가 금융권에서 차입한 규모가 2,000억달러에 이르는 것에 주목, 유가 폭락으로 2008년과 유사한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7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텍사스 주 오스틴의 중소업체 WBH에너지가 상환 압박을 이기지 못해 이날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이 회사는 만기가 돌아온 거래업체에 지급해야 할 1,200만달러(130억원) 규모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호주 업체가 파산한 경우는 있지만, 유가 급락으로 셰일원유 혁명을 주도한 미국에서 관련 기업이 쓰러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WBH의 파산 신청이 관련 업계 연쇄도산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도이치방크는 “영세업체들은 배럴당 100달러가 넘던 고유가 시대에 위험성 큰 회사채를 대거 발행했다”며 “유가 급락으로 수익이 급락하는데다가 높은 금리로 빌린 차입금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업계 관계자도 “자금사정이 열악한 영세기업으로서는 파산 혹은 대기업에 흡수되는 길 밖에는 없다”며 “셰일원유 업계에서 경쟁을 통한 기술혁신이 사라지고, 독점 기업의 횡포가 심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셰일원유 업계에서 중소업체 도산사태가 미국 경제에 충격을 줄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리차드 울프 매사추세츠대 명예교수는 “셰일원유 개발 붐이 일었던 텍사스와 노스다코타 주에서 시작된 불황이 미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될 수 있다”며 “부동산 거품으로 비롯된 2008년 금융위기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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