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헤게모니, 대형 기획사에서
콘텐츠 제작자로 이동 중
토토가ㆍ오디션 프로에서 뜬 가수들
스토리 담긴 노래로 감성 자극 인기
쏟아지는 비슷한 곡들론 경쟁 한계
방송과 음악의 상호 상응 이끌어

MBC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특집이 1990년대 노래를 음원차트로 소환했다. 터보, SES, 엄정화, 김건모, 김현정, 이정현, 소찬휘. 90년대 댄스뮤직 열풍을 이끌었던 이들은 방송이 나간 뒤 순식간에 주가가 폭등했다. 소문에 의하면 음반 제의가 쏟아지고 음원 수익이 100억원을 훌쩍 넘었다고 한다. ‘무한도전’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막강한 힘이 작용한 탓이겠지만 무엇보다 방송 콘텐츠와 음악의 상승효과가 놀랍다.
‘K팝스타4’의 무대에 올라 ‘시간아 천천히’를 부른 이진아는 그 짧은 방송 하나로 주목 받는 가수가 됐다. CJ 문화재단 ‘튠업’의 우승자로 꾸준히 인디 활동을 해온 이진아지만 정작 그녀를 스타덤에 올린 건 ‘K팝스타4’에서 보여준 몇 분의 시간이었다. 이진아는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주목 받는 싱어송라이터였다. 방송이 가진 놀라운 힘이다.
‘슈퍼스타K6’의 곽진언과 김필 역시 인디에서 알아주는 아티스트였지만 그들의 노래를 음원차트에 진입시킨 건 다름 아닌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콜라보레이션 미션에서 이들과 임도혁이 부른 벗님들의 ‘당신만이’는 지금도 차트에 들어가 대중의 귀를 사로잡고 있다. 그러고 보면 지금 현재 음원차트 곳곳에서 ‘슈퍼스타K’나 ‘K팝스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배출한 가수를 쉽게 볼 수 있다. 악동뮤지션이나 허각, 서인국, 로이킴, 이하이 등등. 이들은 그 어떤 기획사가 독자적으로 발굴해낸 가수보다 훨씬 더 주목 받는 인물들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간 노래가 다음 날 음원차트에 올라오는 것처럼, 이제 음원차트는 방송 콘텐츠와 절대적인 공존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드라마 OST나 예능에서 배경으로 흘러나온 노래가, 새로 음원을 출시하고 활동에 들어가는 가수들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우리는 차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비긴 어게인’이라는 영화가 배출해낸 OST가 지금까지도 차트에 랭크돼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은 콘텐츠가 가진 영향력을 잘 말해준다.
이렇게 된 것은 너무 많은 노래가 쏟아져 노래 자체만으로는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비슷비슷한 장르의 반복 속에서 대중은 스토리가 담겨 좀 더 감성을 자극하는 노래를 원하게 됐다. 음악에서 스토리텔링은 이제 점점 더 중요한 성패의 요인이 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 같은 굴지의 기획사가 Mnet의 ‘위너TV’를 통해 자사의 소속 가수들을 경쟁시켜 위너라는 그룹을 론칭한 건 그래서다. 기획사들도 어떻게든 방송의 힘을 얹어야 가수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박진영이 ‘K팝스타4’에서 가수지망생들에게 ‘천재’라며 과한 칭찬을 쏟아낼 때 대중이 조금씩 불편해지는 것은 아마도 지금의 이런 변화가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격을 과거와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슈퍼스타K2’의 허각이 그랬던 것처럼 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무대로 인식됐다. 하지만 ‘K팝스타4’가 보여주는 오디션은 기획사들이 칭찬을 쏟아 부어 짧은 시간에 스토리를 만들어내려는 상업적인 선택처럼 비치기도 한다. 그렇게 방송을 통해 주목 받은 가수는 결국 그들의 기획사에 소속돼 활동하게 된다. 방송이 기획사의 가수 양산에 적극 활용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그래서다. 이제 가요계의 헤게모니는 기획사에서 방송사 같은 콘텐츠 제작자들로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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