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레제, 당시 상황 전해… 이슬람계 프랑스 경찰도 희생

지난 7일 오전 11시 반 프랑스 파리 도심의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 검은 복면을 뒤집어 쓰고 소총을 든 괴한 두 명이 이 주간지 편집국에 들이닥친 것은 편집회의가 끝날 때쯤이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사건 당시 편집국에 있다 살아나온 로랑 레제 기자는 현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테러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레제는 밖에서 폭죽 소리 같은 것이 들렸으며 이어 특수부대원처럼 복면한 채 검은 옷을 입고 양손에 무기를 든 남성이 난입했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편집장의 필명인 “샤르브” 와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를 외친 뒤 총을 쏘기 시작했다. 레제는 “총격이 시작되고 화약 냄새가 났다. 나는 책상 뒤로 숨었고 그는 나를 보지 못했다. 몇 초 뒤 모두가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폭발음이 들렸고 갑자기 긴 적막이 찾아왔다. 이어 레제는 이 남성이 다른 이와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는 것을 듣고 이 두 명이 테러범이란 것을 깨달았으며 이들이 살아남은 사람을 찾아 사무실을 배회할 것이라 생각했다. 테러범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방향은 반대였다. 테러범들은 현장을 떠났고 레제는 다른 생존자와 함께 나와 구조 인력이 올 때까지 쓰러진 동료의 손을 잡고 있었다. 레제는 “엄청나게 많은 피를 봤다”며 “편집팀 절반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현장에서 빠져 나왔는지 여전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테러 희생자 중 이슬람계 프랑스인인 경찰 아흐메드 메라베트(40)가 온라인에서 극단주의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샤를리 에브도를 지키고 있던 메라베트는 사건 당시 총을 맞고 길에 쓰러진 뒤 테러범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범인들은 그의 머리를 정조준해 쐈다. 이 모습을 담은 영상이 퍼지며 “자신의 종교를 모욕하는 언론사를 지키다 숨졌다”며 그의 죽음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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