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저작자 권리 침해 우려·2차 저작권계약 이해대립으로 '산 넘어 산'
작가들에게 정당한 창작대가를 줘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등에 업고 진행돼온 '구름빵' 백희나 작가의 저작권 회복협상이 사진 저작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논란과 함께 2차 저작권 변경에 대한 이해당사자 간 대립의 파열음을 내면서 표류하고 있다.
저작자 보호를 앞세우다 '구름빵' 관련 콘텐츠 사업 전반이 주저앉을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마저 싹트는 실정이다.
무려 4천400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알려진 콘텐츠물임에도 정작 작가에게 직접 돌아간 대가는 2천만원이 되지 않는다는 '극적인' 대비는 앞서 저작권을 통째로 출판사에 넘기는 이른바 매절계약 폐해에 대한 비판여론 확산의 배경이 됐다.
그리고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는 매절계약을 통해 '구름빵' 원저작권을 보유해온 한솔교육 측의 저작권 반환 입장을 끌어내 백 작가와 한솔교육이 반환 협상 테이블에 앉도록 하는 가시적 성과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후 진행되는 저작권 반환 협상의 과정은 그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 '마이너스섬' 게임으로 귀결되리란 우려를 키운다.
'구름빵' 동화책 제작시 사진촬영을 맡았던 김향수씨가 자신의 저작권 인정을 요구하면서 백씨와 대립하는데다가 애니메이션의 2차 저작권을 보유한 강원정보문화진흥원-디피에스 컨소시엄이 계약조건 변경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져 갈등의 골을 키우는 모양새다.
김씨는 현재 한솔교육 측에 자신의 사진저작권 인정 여부에 대한 입장 제시를 요구했으며, 한솔 측의 답변 여하에 따라 권리 회수를 위한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협상의 원만한 타결은 한솔교육 측의 태도에 달렸다"며 "애초 권리가 없다던 백씨에게는 권리를 인정해주려 하면서 저의 저작권은 무시하려는 것은 이율배반"이라고 주장했다.
'구름빵'은 봉제인형 등을 실제로 꾸민 공간 내에 놓고 사진을 찍어 독특한 입체적 효과를 내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날아다니는 구름빵 등 효과를 내려고 철사로 빵을 고정하고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은 뒤 철사가 보이지 않는 앵글의 사진만을 골라내는 등 난도가 상당한 작업이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진의 기여도가 컸다는 말이다.
실제로 작업이 이뤄진 2003년 11월 당시 한솔교육의 북스북스 북클럽 '가이드맘' 편집자였던 김씨는 본인의 업무외 시간을 활용해 매회 6시간가량 주 2회 이상 4개월을 꼬박 작업해야 했다. 일본의 가로쿠 공방에 가서 직접 선진 기술을 견학하기도 했다.
제작과정을 잘 아는 한솔교육 관계자는 "어떤 각도에서 촬영하고 어떠한 조명을 사용하느냐의 기법 등 사진 촬영에 필요한 노하우와 기술도 상당히 요구되는 작업이었다"며 "사진찍기가 김씨의 원래 업무가 아니었음에도 본인이 열의를 갖고 임해 재능을 보인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원정보문화진흥원-디피에스 컨소시엄과 백씨 사이의 저작권 조정 문제도 난항이 불가피해 보인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실질적으로 매절계약 형식인 일본 방식의 제작위원회 형태의 사업 운영이 관행이다.
컨소시엄 측은 백씨가 2차 저작권과 관련해 계약조건 변경을 요구할 경우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컨소시엄은 구름빵 애니메이션 시즌3 제작에 나서고 있지만 90억원 가량의 투자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채 적자 상태다.
남진규 디피에스 대표는 연합뉴스에 "4천400억원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언급이 어느새 4천400억원 매출로 둔갑하고, 마치 우리가 그 같은 수혜를 누린 것처럼 비쳐진 것은 유감"이라며 "구름빵 애니메이션 사업만 놓고 보면 이제 막 뻗어나가야 할 때인데 지난해 매절계약 논란 이후 상당히 타격을 받는 등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구름빵'의 4,400억원 부가가치 창출을 언급한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한 언론보도에 언급된 내용을 인용했을 뿐, 추산 근거를 갖고 얘기한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3년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대표 성공 사례로 꼽았지만, 직접적인 사업 관계자들이 체감하는 것과는 거리가 상당하다는 게 업계 내 시각이다.
한솔교육측이 공개적으로 밝힌 '구름빵' 도서 매출은 출간 이후 지금까지 20억원 수준이다. 디피에스의 경우 지난해 1억5,000만원, 가장 매출 수준이 높았던 2012년의 경우에도 대략 6억원 안팎이라는 설명이다. 컨소시엄의 90% 지분을 보유한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은 매출 규모 공개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복수의 관계자 증언을 취합하면 20억~25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매절계약 비난 여론이 불어닥친 후 구름빵 콘텐츠 관련 매출이 완연히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남 대표는 "구름빵뿐 아니라 우리가 배급하는 다른 콘텐츠까지 영향을 받는 등 타격이 적지 않았다"며 "캐릭터 위주 사업의 경우 워낙 트렌디해 추세가 한번 꺾이면 회복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매절계약'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중견 아동출판사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의 지침대로 3년 단위로 계약하고, 매년 갱신하는 방식을 적용할 경우 업계는 신진작가 발굴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작가의 권리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에 이견이 있을 수 없으나 열악한 콘텐츠 제작 현실을 감안하면 그나마 매절계약이 있었기에 신진작가 발굴의 수단이 돼온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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