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학원비·공공요금 등 타깃… 체감물가 낮춰 수요 살리려는 의도
정부가 설 이전에 농산물과 학원비, 지방 공공요금 등 소비자 체감물가를 낮추는 방안을 내놓기 위해 부처간 협의에 착수했다. 이는 국제유가 하락분을 제품 값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으로, 전반적인 체감물가를 낮춰 수요를 끌어 올리겠다는 발상이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설(2월 19일) 직전 발표할 ‘설 민생안정대책’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하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먼저 농축수산물 가격이 주요 타깃이다. 농산물은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2.7%를 기록할 만큼 저물가를 이끈 품목이지만 이미 2년 연속 물가가 하락한 탓에 정부는 올해 농산물 생산량이 급감해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을 경계하고 있다. 기재부는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를 거쳐 농산물 공급량 조절, 비축분 풀기 등 물가관리 수단을 찾아볼 예정이다.
저물가 분위기에 아랑곳없이 꾸준히 가격이 오르는 사교육비도 물가관리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기재부는 교육부와 함께 학원비 비교 공개, 교과서 값 인하 등 정책 수단을 논의할 방침이다. 지역난방비 역시 검토 대상이다. 그간 지역난방비는 다른 공공요금과 달리 가격 인가제가 아닌 신고제라 정부의 가격 개입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유가 하락의 직접 영향권 내에 있는 품목인 점을 감안해 기재부는 행정자치부, 지자체와 협의해 정책 수단을 강구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하철 요금, 버스 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에도 유가 하락분을 반영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자체를 통해 인센티브나 패널티를 부여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는 전월세 가격이나 하수도료 택시비 등에 대한 대책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저물가 심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 정부가 물가 잡기에 적극 나서는 게 바람직하냐는 점이다. 기재부 내부에서도 이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저물가가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민이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체감 물가를 잡아 실질 구매력을 높이고, 그 결과로 수요를 끌어올려 물가를 올리는 방법이 가장 좋은 물가 상승 대책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물가 잡기가 자칫 디플레이션으로 귀결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은 ‘좋은 디플레이션’(공급 요인에 따른 물가 하락)이라면서 저물가를 용인하다가 디플레이션에 빠져 오랜 기간 헤어나오지 못했다”면서 “지금은 물가 상승 우려가 큰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물가 하락을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