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랑드 "어떤 야만적 행위로도 언론의 자유 격추시킬 수 없다"
일각 "이슬람 문화 고려 않고 과도한 조롱·비하 문제" 지적도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는 백주 대낮에 메트로폴리탄 파리의 한복판에서 1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것 못지 않게 ‘표현의 자유’를 겨냥한 공격이라는 점에서 전세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 사건이 공교롭게도 역시 표현의 자유에 대한 테러로 여겨지는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 해킹 직후 일어나 더 주목 받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7일 사건 직후 현장에서 “어떤 야만적 행위로도 언론의 자유를 격추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도 이번 참사 희생자들을 “언론 자유의 순교자” “민주주의의 기념비”라고 부르며 애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역시 “프랑스 시민들과 공유하는 가치관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보편적인 믿음에 대한 도전 행위”라며 “이들 테러리스트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두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민주주의의 기본인 언론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며 어떤 경우에도 이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세계 주요 언론도 이 사건을 일제히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영국 신문들은 “자유에 대한 공격”(더 타임스)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가디언) 등을 1면 머리기사 제목으로 달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설에서 “샤를리 에브도는 우리와 아주 다른 매체지만 샤를리 에브도 기자들의 용기와 말할 권리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만평에 “유머가 없다면 우리는 모두 죽은 것”이라는 글을 담았다. 사건 직후 프랑스 각지에서 이어진 추모 행렬에 참가한 사람들 중 손에 펜을 든 사람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문화적 상대성을 고려하지 않은 풍자와 비판을 마다 않은 샤를리 에브도도 문제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우상숭배를 금지해 무하마드를 그림이나 조각 등으로 형상화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이슬람의 특성을 간과한 채 ‘표현의 자유’만 앞세우는 만평은 ‘문화 몰이해’의 극치라는 지적이다.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은 2006년 샤를리 에브도 만평이 이슬람의 반발을 불렀을 때 “다른 사람들의 신념에 상처를 주는 일, 특히 그것이 종교적 신념일 경우 무엇이든 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희수 한양대 교수는 “1,400년 이슬람 역사의 신성불가침 영역이었던 무하마드가 (샤를리 에브도 만평처럼)누드화로 풍자됐다면 무슬림은 ‘영적인 살인’을 당했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경찰은 이번 테러를 저지른 사람으로 알카에다와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프랑스 국적의 사이드 쿠아치(34) 셰리프 쿠아치(32) 형제와 하미드 무라드(19)를 지목했고, 이중 무라드는 사건 당일인 7일 밤 경찰에 자수해 수감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2차 대전 이후 최고 수준의 테러 경계경보를 내린 상태에서 쿠아치 형제를 추적 중이다. 쿠아치 형제는 8일 프랑스 북부 엔 지역의 한 휴게소에서 음식과 연료를 강탈한 뒤 도주했다고 프랑스 언론이 전했다. 테러에 희생된 12명 중 샤를리 에브도의 스테판 샤르보니에(47) 편집장과 장 카뷔(76) 등 유명 만평작가 4명은 이슬람권에 논란을 일으킨 만평을 그리고 발행했다는 이유로 표적사살된 것으로 보인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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