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지도 단계부터 사전 협위
지난 2004년 금융감독원은 국내 생명ㆍ손해보험사 24곳에 단체상해보험상품의 영업보험료에 대한 할인ㆍ환급 혜택을 축소 혹은 폐지하라고 구두지시를 내렸다. 가입자 유치를 위한 과열경쟁으로 시장이 혼탁해지자 당국이 행정조치를 내린 것이다. 하지만 해당 지시를 이행한 업체들에게 뜻하지 않은 제재가 더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상품가격 담합 혐의로 시정명령과 더불어 과징금 105억9,300만원을 부과한 것이다. 당국의 지시를 따랐음에도 오히려 추가 제재를 받게 된 업체들은 불복했지만, 결국 대법원 판결을 통해 원심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처럼 금융당국의 행정지도에 이어 공정위가 담합으로 중복 규제하는 엇박자 제재가 앞으로는 줄어들 전망이다. 중복 규제로 인한 금융회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정위와 금융위가 협조체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8일 정재찬 공정위원장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행정지도에 대한 양 기관 간 사전 협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금융업관련법 등에 따라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 및 감독을 맡는 금융위와 공정거래법 등을 통해 산업 전반의 경쟁 제한행위를 규제하는 공정위의 의견이 서로 달라 금융회사들이 이중 규제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해결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협약으로 금융위와 공정위는 행정지도 단계부터 사전협의를 진행한다. 금융위가 금융사에 대한 행정지도를 내리기 전 공정위에 관련법 위반 가능성을 문의하면 공정위가 금융시장 및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답변을 주는 식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행정지도 시 관련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다. 행정지도에 따른 행위가 공정위의 제재대상이 될 경우 업체들이 쉽게 소명하도록 배려한 조치다. 동시에 공정위는 금융회사의 부당 공동행위가 금융위의 행정지도와 관련된 경우에는 과징금 감경을 적극 고려하기로 했다.
다만 양 기관은 금융회사들이 당국의 행정지도를 계기로 별도의 합의를 하는 등 담합행위를 벌이는 경우 적극 제재하되 행정지도 범위 내에서 개별적으로 행한 조치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은 규제의 결과예측을 더 정확히 할 수 있게 되어 경영상 불확실성이 크게 낮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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