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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타고… 증시에 일본계 자금 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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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타고… 증시에 일본계 자금 밀물

입력
2015.01.08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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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서 9개월째 순매수

지난 연말 주식 보유액 9조원

1년동안 49%나 불어 10위

日 공적연금 해외비중 대폭 늘려

"한꺼번에 빠져 나가면 증시타격

원화 강세 더 부추겨 부담" 지적

일본계 자금이 우리 증시에 쇄도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부가 밀어붙이는 양적완화 및 엔저 정책을 원동력 삼아 9개월째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상반기에도 일본계 자금 유입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인데, 엔화 대비 원화 가치를 더 높이고 우리 증시의 변동성을 키울 거란 우려도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본계 외국인은 지난달 1,880억원 규모의 국내 상장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4월부터 9개월째 이어진 매수 행진이다. 9월 일본계 자금 사상 최대액인 9조9,952억원을 순매수한 이래 매수 규모는 줄었지만, 미국 영국 룩셈부르크 사우디아라비아 등 국내 증시의 ‘큰손’ 국가들이 줄줄이 매도로 돌아선 4분기에도 꿋꿋이 매수세를 유지한 것이다.

일본계 자금의 지난해 말 국내 주식보유액은 9조4,920억원으로 한 해 동안 48.9%가 불어났다. 국내 증시에서 일본의 국가별 주식보유량 순위 또한 14위에서 10위로 올랐다.

일본계 자금의 급속한 국내 유입은 일본의 해외투자 확장 추세와 맞닿아있다. 아베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라 엔화 금리가 내려가면서 금리차를 통한 투자수익을 노리는 엔캐리트레이드 자금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계가 국내 주식 3조3,240억원어치를 사들였던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일본의 해외 순투자금액은 12조엔(198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운용자산이 1,260조원에 달하는 일본공적연금(GPIF)이 11월부터 해외주식 편입비중을 12%에서 25%로 대폭 늘리면서 일본계 자금 유입세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GPIF의 자산 비중 조정기인 올해 4월까지 추가로 3조원 규모의 한국 주식을 사들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계 자금은 다른 외국자금에 비해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기관투자 비중이 높은 만큼 당분간 우리 증시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기금인 GPIF가 해외투자 비중을 확대한 만큼 일본계 자금의 투기성이 한층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과도한 일본계 자금 유입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유로존 및 중국 경기둔화, 유가 폭락에 따른 러시아 경제위기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인 만큼 엔캐리트레이드 자금 역시 급격한 유출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금리인상, 일본 아베노믹스 회생 여부 같은 금융시장 불안요인이 잠재해 있는 만큼 당국은 외환부문 건전성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식투자는 물론이고 저축은행 인수, 부동산 매입 등을 위해 엔화가 국내에 대량 유입되면서 원ㆍ엔 환율 관리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계 투자자가 엔화를 주고 원화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원화 가치가 올라가면서 가뜩이나 가파른 엔화 약세 흐름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엔캐리트레이드란 =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일본 엔화를 빌려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다른나라의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거래. 그 차익만큼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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