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말로 상세히 묘사 할 수 있다" 내부 지침 알려지며 인터넷서 비판
NBCㆍAP통신 등 CNN 방식 따라, 英 텔레그래프는 모자이크 처리
독자 이해 도우며 언론인 연대 위해 워싱턴포스트는 원모습 그대로 보도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이 전세계에 표현의 자유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슬람권을 자극한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테러 사건 뒤 언론에 노출해야 하는지 여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언론사는 민감한 내용을 담은 만평을 자체적으로 선별 보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만평을 그대로 대중에게 전달하는 게 언론의 본령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샤를리 에브도의 신랄한 만평이 적절한 수위였는지에 대한 해묵은 논란도 되살아났다.
7일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CNN은 “많은 무슬림이 공격적으로 여길 예언자(무함마드)에 대한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보여주지 않더라도 말로서 상세히 묘사할 수 있다”는 내부 보도 지침을 내렸다. 이 지침은 (시위 중인)파리 시민이 만평을 들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본 화면 같은 경우는 예외로 두고 있다. CNN은 파리 테러 사건을 보도하면서 샤를리 에브도의 편집장 스테판 샤르보니에가 만평을 들고 있는 사진에서 만평 부분을 자막으로 가린 영상을 내보냈다. CNN의 이런 보도방식은 무슬림의 반감을 사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NBC와 MSNBC도 CNN식 보도 방식을 따르고 있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만평을 모자이크 처리해 보도하고 있다. 미국 AP통신도 이슬람권을 자극하는 이미지는 게재하지 않는다는 오랜 내부 방침에 따라 샤를리 에브도 사건을 다루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도 만평을 게재하지 않았다.
CNN 등의 보도 지침이 전해지면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비판이 일었다. “언론사는 자체 검열을 하지 말라”는 지적과 함께 “표현의 자유 증진에 나서라”는 요구가 나왔다. 논란이 일자 CNN은 7일 보도자료를 내고 “고통스러운 이야기가 계속 드러나고 있기에 해당 이슈와 관련 이미지를 제대로 전달하는 최선의 방법을 적극적으로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CNN 등과 달리 워싱턴포스트는 만평을 원래 모습대로 보도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독자의 이해를 도우면서 언론인으로서의 연대의식을 보여주기 위해 만평을 그대로 게재한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 이날 온라인에 올린 기사를 통해“분노를 유발한 만평을 들고 있는 샤르보니에의 사진을 구글에서는 한번에 찾을 수 있는데 왜 CNN은 제대로 보여주지 않느냐”며 CNN의 보도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기사는 “논의는 길게 할 필요가 없다. 중요하다면 모든 것을 다 보여주면 된다”며 CNN의 해명 보도자료를 비꼬기도 했다.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받을 만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표현의 자유는 보호되어야 할 민주주의의 주요 가치이나 샤를리 에브도가 이를 과도하게 누려왔다는 주장이다.
AP통신은 8일 샤를리 에브도 사건이 서구와 이슬람 무장세력 사이 가치관의 충돌로 나타난 것이라며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서구 안에서조차 다르게 해석된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유럽편집장은 이날 이번 테러 사건을 규탄하면서도 논쟁적 만평으로 무슬림을 자극한 샤를리 에브도도 어리석었다는 글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가 비판이 일자 이를 일부 수정하기도 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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