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장암동 주민들 발벗고 나서
차 안 다녀 쓸모없이 버려진 길 산뜻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꾸며
북카페·식물 전시관·강좌 등 운영
지난 7일 오후 경기 의정부 장암동의 한 지하보도. 30대부터 60대까지 이 지역 주민 10여명이 바리스타 강사의 말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집중하고 있었다. 차량이 쉴새 없이 다니는 사거리 아래 보도에서 진행된 강좌지만 여느 전문강의 못지 않게 수강생들의 열정이 넘쳐났다.
‘장암아래뜰길’이라 이름 붙여진 이곳은 의정부시가 4억7,000만원을 들여 꾸민 녹색문화공간이다. 어둡고 음침한 지하보도의 분위기를 모두 걷어내고 LED 식물재배전시관과 북 카페 등을 설치했다. 주민자치센터가 주관하는 독서토론, 논술, 바리스타, 퀼트공예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문화강좌 터도 한쪽에 마련했다. 한겨울에도 20도 이상의 실내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난방기를 들였고 내외부 기온차로 인해 이슬이 맺히는 걸 막기 위해 결로방지 공사도 했다.
이 지하보도는 불과 몇 개월 전만해도 쓸모 없이 버려진 곳이었다. 1998년 길이 31m, 폭 6.4m 크기로 뚫린 이 길은 2006년 6월 도로 위에 횡단보도가 설치되면서 통행량이 급격히 줄어 우범지대로 전락했다. 빈 술병이며 담배꽁초 등이 지저분하게 널려 밤에는 물론 낮에도 주민들이 지나다니길 피할 정도였다. 주민들은 불안해서 다닐 수가 없다는 민원을 쏟아냈고 의정부시는 결국 지하보도를 폐쇄했다.
그랬던 이곳이 한 시민의 제안으로 산뜻한 커뮤니티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의정부시는 폐 지하보도에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하자는 정명순씨의 제안을 2013년 5월 국토교통부 도시활력증진지역개발 사업 아이템으로 제출해 국비 2억원을 따냈다. 여기에 시비를 더해 지하보도를 새롭게 단장한 뒤 지난해 12월9일 문을 열었다.
이름인 ‘장암아래뜰길’도 시민공모로 선정했다. 공모에는 350여명이 참여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름은 ‘내 집 앞 뜰에서 자라는 푸른 채소를 보며 편안하게 산책할 수 있는 지하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장암아래뜰길이 개장하자 마땅한 놀 곳이 없던 초ㆍ중학생들이 책을 읽기 위해 모여들었고 주부들 역시 통행이 자유로운 공간에서 매주 열리는 주민자치 프로그램에 즐겨 참여하고 있다. 장암아래뜰길을 찾는 주민은 하루 평균 30~40명에 이른다고 시 관계자는 전했다.
북카페에서 만난 유혜민(14ㆍ중2)양은 “깜깜하고 위험하다 싶어서 지하차도를 건너 다니기가 무서웠는데 정말 깔끔하게 변했다”며 “친구들과 자주 와 함께 어울려 책을 읽는다”고 말했다.
의정부시는 이곳 LED 식물재배전시관에서 키운 채소는 소외된 이웃에게 무상으로 기부할 예정이다. 다음주 첫 수확하는 상추는 의정부시 내 노인복지회관 11곳과 무료급식소 등에 전달된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다양한 편의시설과 유휴공간을 갖춘 특색 있는 공간을 지속적으로 조성해서 시민들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ㆍ사진 유명식기자 gij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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