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로 유럽 각국에서 ‘이슬람 혐오’와 ‘극단주의 테러’의 악순환이 확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유럽 경제가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소수자인 이슬람 출신 인구의 불만이 갈수록 높아지는데다, 이슬람국가(IS)나 알카에다 등 극단주의의 세력들이 적극적으로 테러 선동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드레스덴에서는 지난 5일 ‘유럽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이 주도한 반이슬람 시위에 사상 최대인 1만8,000명이 모였다. 이 단체는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월요일 드레스덴에서 이슬람 이민자 급증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여왔다.
독일 주간지 슈테른이 최근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13%가 반이슬람화 거리시위가 인근에서 열리면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응답자 10명 중 3명은 반이슬람화 시위가 정당화될 수 있을 만큼 이슬람이 독일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다. 반이슬람 정서가 극소수 극우주의자들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반이민 정책을 공언하는 극우정당들이 유럽 주요국에서 일제히 의석을 늘려가고 있는 것도 이런 여론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반이민 정책을 표방하는 극우정당 국민전선(NF)이 1위를 차지했다. 독일에서는 네오나치 성향의 극우 민족민주당이 유럽의회에 진출하는 등 극우정당이 득세한 이후 이슬람과의 충돌이 잦아졌다.
그러지 않아도 유럽사회 내 소수자로 직간접적인 차별을 겪고 있는 이슬람 이민자들의 불만 역시 커지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샤를리 엡도 사건을 포함해 프랑스에서 최근 잇따른 이슬람계의 테러에는 이런 불만이 작용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유럽 각국은 이처럼 사회 불만을 폭력적인 방식으로 분출하려는 자생적 테러리스트들과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IS 등에 가담했다가 본국으로 돌아오는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들 단속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영국 브리스톨대 나빌 카탑 교수는 지난해 영국에서 무슬림 집단이 채용 기피 대상 1순위였다는 조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면서 “무슬림에 대한 취업차별 현상에는 이슬람 혐오와 적대감이 자리잡고 있다”며 “이 문제를 방치하면 다문화ㆍ다인종 사회 유지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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