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윅' 주연 키아누 리브스 내한
“저는 뱀파이어가 아닙니다.”
모처럼 한국을 찾은 할리우드 스타 키아누 리브스(51)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뱀파이어’는 50대에 접어든 나이에도 20대 시절과 별 차이가 없는 외모를 유지하는 그에게 한국의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리브스는 이에 대해 “부모와 조상에 감사한다”고 짧게 답했다. 레바논에서 태어난 그는 영국ㆍ하와이 원주민ㆍ포르투갈ㆍ중국 혈통을 갖고 있다. 키아누는 하와이어로 ‘산에서 부는 선선한 바람’을 뜻한다.
2008년 영화 ‘스트리트 킹’ 홍보 차 내한한 후 두 번째로 한국을 찾은 그는 21일 개봉하는 액션 영화 ‘존 윅’으로 한국 관객과 다시 만난다. ‘매트릭스’ ‘콘스탄틴’ ‘지구가 멈추는 날’ 등에서 세계를 구하는 영웅으로 출연했던 키아누 리브스는 전설적인 킬러 존 윅 역을 연기한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새 인생을 위해 범죄 세계를 떠난 존 윅은 투병 끝에 아내가 떠나고 러시아계 마피아에게 마지막 남은 것까지 빼앗긴 뒤 복수를 시도한다.
무적의 킬러와 갱단의 대결이라는 지극히 진부한 소재에 뻔한 전개를 보이는 영화지만 화끈한 액션 안무와 감각적인 시각 연출이 눈을 사로잡는다. 군더더기가 없고 B급 액션 영화의 왕성한 혈기가 시종일관 꿈틀거린다. 키 185㎝의 탄탄한 체격을 적극 활용한 액션 연기와 감정 변화 없는 무표정한 얼굴을 보여주는 키아누 리브스는 존 윅을 연기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2005년 ‘콘스탄틴’ 이후 별다른 흥행작을 내놓지 못했던 그는 “이 영화가 유머와 액션, 미술, 톤 등에서 여타 액션 영화에 비해 독특한 점이 있다”며 “관객으로서도 액션 영화를 좋아하고 액션 장면을 연기하는 것도 좋아해서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존 윅’으로 데뷔한 두 감독 채드 스타헬스키와 데이비드 레이치는 ‘매트릭스’ 3부작에서 리브스의 스턴트 대역을 맡았던 액션 전문가들이다. 리브스는 “나이가 들어 예전만큼 빨리 달리거나 높이 뛰는 건 힘들지만 경험이 많이 쌓이고 좋은 선생님에게 배울 수 있어서 효율적으로 액션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2013년엔 중국 무술 태극권을 소재로 한 ‘맨 오브 타이치’로 감독 데뷔를 했다. 동양 무술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불교 신자와 대화를 통해 나 자신을 좀 더 소중하게 여기고 내 일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며 “동양 무술은 내게 몸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스스로를 통제하는 것을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키아누 리브스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적이 있다. 2001년 리브스의 여자친구 제니퍼 사임이 그와 사이에서 임신한 딸을 사산한 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사건은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존 윅이 자신과 개인적으로 어떤 점이 닮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그는 “어떻게 말해야 하나” 하고 한참을 주저한 뒤 우회적으로 답하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존 윅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 고통스럽고 힘들어하다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슬픔과 싸웁니다. 아마도 그런 점이 공감을 사지 않나 싶습니다. 즐겁게 촬영한 이 영화로 2015년을 시작하게 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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