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이 김태형이 즐겨 쓰는 말은, 신념ㆍ확신ㆍ책임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다이제스트는 지난해 12월 한 해 동안 세계 톱랭커들이 주로 사용한 단어들을 분석해 보도했다. ‘새로운 골프 황제’ 로리 맥길로이(북아일랜드)가 즐겨 쓴 단어는 ‘좋다’(good) ‘노력’(tryings) ‘우승’(wins)이었다. 반면 허리 부상으로 ‘잊혀져 가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허리’(back)라는 말을 빼먹지 않았다. ‘플레이할 수 있다(able to play)’는 문구도 자주 등장했다. 매킬로이는 미래지향적, 우즈는 현실 안에 갇혀 있던 셈이다. 이 때문에 둘의 성적도 하늘과 땅 차이였다.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시무식. 김태형(48) 두산 신임 감독이 취재진과 마주 앉았다. 지난해 10월 지휘봉을 잡고서 정신 없이 지나간 약 2개월, 김 감독은 “구단이 적극적인 투자로 장원준을 영입했고, 니퍼트를 잡았다. 외국인 타자는 1, 3루를 볼 수 있는 내야수로 알아 보고 있다”며 “올 시즌 6선발 체제는 없다. 5선발 체제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무리 후보는 3명 정도지만 누구나 그 자리를 맡을 수 있다. 지금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투수 쪽에 더 신경 쓰는 전지훈련이 될 것이다. 굳이 따진다면 투수 파트와 야수 파트의 비중은 2대1 정도”라고 덧붙였다.
현역 시절 강한 카리스마로 후배들을 사로 잡았던 김 감독은 인터뷰 내내 목소리에 힘을 줬다. 지난해 6위까지 추락한 두산을 바라보며 “예전처럼 상대가 껄끄러워 하는 팀은 분명 아니었다”고 쓴 소리도 내뱉었다. “나태해졌다”는 것이다. “욕심도, 끈끈함도 사라졌다”는 의미였다. 김 감독은 “선후배가 똘똘 뭉쳐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1995년 두산의 색깔을 찾고 싶다”고 했다. LG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의 이상훈 2군 코치가 “‘군대 같은, 그러나 가족 같은’ 두산 문화가 부러운 적이 많았다”고 말한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각기 다른 질문에 몇 차례나 같은 단어를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전형적인 ‘사나이’ 김 감독은 ‘신념’ ‘확신’ ‘책임감’을 즐겨 썼다.
마무리에 관한 질문을 받고서였다. 김 감독은 “후보는 있지만 구위나 팔 상태 등을 체크해 봐야 한다”면서 “가장 중요한 건 선수 본인이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느냐다. 초반에 무너진다고 해도 ‘아, 안 되는구나’가 아닌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한 번 결정되면 무조건 한 시즌 마무리를 맡기겠다. 선수와 벤치 사이의 신뢰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44경기, 선수단 체력에 관한 질문이었다. 벌써 여러 선수가 10구단 체제에 따른 빡빡한 스케줄을 걱정하던 터였다. 김 감독은 그러나 “개개인이 전 경기에 출전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체력 관리를 잘 하면 문제 없다. 코칭스태프가 경기 중간에 교체한다든지 상황에 따른 체력 관리를 해줄 것”이라며 “오히려 더 뛰는 야구를 해야 한다. 부상 방지 등의 이유로 최근 도루 개수가 턱 없이 부족했는데 김재호 김현수 등도 15개 이상은 충분히 뛸 수 있는 선수들이다. 다들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아울러 조만간 선수들과 일일이 면담해 “올 시즌 목표치를 정해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타율ㆍ타점ㆍ도루 등 숫자를 못박아 두는 것이다. 그는 “주전이라면 ‘내가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도 중요하다”며 “내가 현역으로 뛸 때 두산은 늘 상위권이었고 올해 전력도 상위권이라 생각한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본다. 장담한다.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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