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떡은 건강 북돋는 '웰빙식품', 인스턴트 대신 쌀 소비 촉진도 효과
케이크 등 응용식품 개발 무궁무진... 스파게티 등 버금가는 세계화 자신
40대 이상 중년층이라면 우리 전통식품인 떡에 대한 추억이 한 두 가지쯤은 있을 것이다. 백일상에 오르는 수수경단에 얽힌 얘기나 추석 때 가족과 함께 빚는 송편, 고사상에 방긋 웃는 돼지머리 옆에 놓여진 팥 시루떡, 봄이면 들에서 뜯은 쑥으로 만든 향긋한 쑥떡 등등. 그러나 언제부턴가 떡은 서양음식인 빵에 자리를 내주고, 특별한 날에만 가끔 접하는 ‘별식’이 되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쌀의 소비처를 살펴보면 밥으로 98.3%, 떡과 과자 제조용도로는 불과 1.6% 사용되는데 그쳤다. 이제 젊은 층에게 떡은 그다지 친숙한 먹을 거리가 아닐지 모른다.
그렇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꾼다면 전통 떡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당차게 말하는 신참 공무원이 있다. 강원도농업기술원 생활자원과에서 전통 떡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인 문보람(28ㆍ여) 농촌지도사.
그녀는 “우리 전통 떡은 영양학적인 측면은 물론 각기 다른 유래를 가지고 있어 마케팅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떡보다는 커피나 쿠키가 친숙할 법한 20대의 답변으론 다소 의외다.
“떡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는 선입견이 있죠. 하지만 발효과정이 필요 없는 떡의 경우 집에서 프라이팬이나 찜기 만으로도 만들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쉽게 말해 빵보다 더 간단하게 맛보는 음식인 셈이죠. 생각보다 대중화가 쉬운 이유입니다.” 이 말을 들으니 “우리 떡이 다른 식품류에 비해 경쟁력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그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올해로 공직생활 4년째를 맞는 문 주무관은 농촌이 좋아 농과대학에 진학한 뒤 석사학위 과정까지 마친 재원. 그의 업무는 농업기술원에서 전통식품 연구와 함께 일반인이나 창업 준비생을 대상으로 떡의 조리 및 가공, 마케팅 기법을 교육하는 것이다.
비교적 짧은 경력에도 그의 강의는 그 동안 200여 명이 넘는 교육생이 다녀갈 정도로 손꼽히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농업을 전공한 석사 출신답게 전문적인 지식을 쉽게 전해주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특별한 홍보 없이도 하루, 이틀이면 인원이 마감될 정도다. 교육생 가운데는 구이용 인절미나 호빵 설기 등 특색 있는 제품을 개발해 창업에 성공한 경우도 있다. 그의 떡 강좌가 자연스레 전통 떡 홍보에 한 몫하고 있다는 게 강원도농업기술원의 얘기다. 우리 떡의 우수성을 알리는 ‘전도사’인 셈이다.
그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우리 떡이 ‘웰빙 식품’이라는 점이다. 견과류를 비롯해 천연의 꽃잎, 열매, 뿌리, 한약재 등이 사용되다 보니 자연스레 건강을 북돋워 주는 음식이라는 게 그녀의 지론이다. 실제 떡에 가장 많이 쓰이는 고명인 대추만 해도 시각적 효과는 물론 신경을 안정시켜주는 물질을 함유해 불면증 해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미료 가미를 최소화 해 건강을 최우선시 하는 최근의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요즘 먹을 거리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는데 손쉽게 만들거나 구입할 수 있는 전통 떡을 보급해 인스턴트 음식 섭취를 줄인다면 건강과 쌀 소비 촉진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제대로 된 홍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성공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떡을 비롯한 수 많은 한과들이 이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해 그는 전통 떡이 가진 유래를 활용한 ‘스토리텔링’ 기법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시루떡에 들어가는 붉은 팥이 가진 귀신을 물리친다는 메시지를 살려 캐릭터를 개발하고, 임금님을 등장시킨 두텁떡 마케팅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젊은 층 소비자를 잡기 위해 SNS를 활용한 입소문 마케팅 역시 그가 제안하는 판촉 방식이다.
그렇다면 우리 떡이 국내 대중화를 넘어 이탈리아의 파스타나 일본의 스시처럼 세계시장에서 주목 받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문 주무관은 “떡에 들어가는 재료와 분량 등을 개량화 한 표준 레시피를 개발한다면 전통 떡이 ‘음식한류’의 선두 주자가 될 날이 머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미 굳지 않는 떡이 개발돼 즉석떡국, 떡케이크, 라이스클레이(쌀 찰흙) 등 다양한 응용식품으로 개발이 가능해 해외수출의 가능성과 높아졌기 때문이란다. 무엇보다 떡은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이기 때문에 세계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고 문 주무관은 믿는다. 그녀는 “서양인들이 밀가루의 단백질 성분인 글루텐 소화장애를 겪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에게 떡은 훌륭한 대체식품이 될 수 있다”며 “자신이 떡의 세계화에 한 몫하고 싶다”는 새해 포부를 밝혔다.
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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