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획재정부의 2014 정책 MVP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획재정부의 2014 정책 MVP는?

입력
2015.01.08 14:31
0 0

MVP는 스포츠 분야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정책을 많이 만들어 내기로 유명한 기획재정부도 최근 ‘정책 MVP’를 선정했다고 하네요.

지난해 8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 취임 이후 기재부는 숨 돌릴 틈 없이 정책들을 쏟아냈는데, 과연 어떤 정책이 MVP로 뽑혔을까요. MVP 선발은 기재부가 후보 정책 31개를 고른 뒤 출입기자들의 투표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투표 결과, 일등상인 ‘으뜸상’은 20.5%를 득표한 ‘19년 만에 법정기한 내 예산 통과’가 수상했습니다. 여야는 지난해 12월 2일 전격 합의 끝에 예산안을 법정 시한 내 통과시켰습니다. 매번 관례처럼 법정 시한을 넘겨 이듬해 초에 겨우 통과됐던 예산안이 간만에 기한 내 확정됐으니 ‘사건’이라 할 만 합니다. 난생 처음 한가한 연말을 보낼 수 있었던 예산실 직원들은 한동안 혼란스러워 하기도 했답니다. 한 공무원은 “공직 생활 20년 만에 처음으로 송년회에 참석하고 크리스마스를 즐겼다”고 털어놨습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대전 유성구 충남대 중앙도서관에서 열린 대학생들과의 대화에서 피자와 햄버거를 먹고 있다. 연합뉴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대전 유성구 충남대 중앙도서관에서 열린 대학생들과의 대화에서 피자와 햄버거를 먹고 있다. 연합뉴스

2002년에도 법정 시한 내 예산안 통과가 이뤄졌는데 어째서 12년 만이 아닌 19년 만이라고 할까요. “대선 직전인 2002년에는 여야가 ‘예산부터 통과시킨 다음 대선을 치르자’고 합의한 덕분에 예산이 일찍 통과됐다. 이건 진정한 의미의 법정 시한 내 통과라고 보기 어렵다”(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다른 부서 공무원들은 “예산안 통과는 국회가 잘 한 것이지, 정책 자체의 우수성과는 상관 없다”며 불만을 비치기도 합니다.

한편 ‘버금상(득표율 17.6%)’은 ‘담뱃값 인상’이 받았습니다. 당초 기재부가 2,000원 인상안을 내놓을 때만 해도 정책 입안자들조차 국회에서 2,000원 전액을 올려줄 거라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담뱃값이 2,000원 올랐으니 담뱃값 인상에 대한 찬반을 떠나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평가 받을 만한 일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습니다.

창의적인 정책을 뽑는 ‘참신상’에는 기업 이익의 80%를 투자나 배당, 임금인상에 쓰지 않으면 과세하겠다는 ‘기업환류소득세제(사내유보금 과세)’ 등 가계소득 증대세제 3종 세트가 선정됐습니다. 이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최 부총리가 수상 소식에 흐뭇해 했다는 후문입니다. 그 밖에 ▦해외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 상향조정(미인상) ▦공공부문 부채 산출ㆍ공표(그림자상)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도전상)이 각각 정책 MVP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부서 이름에 ‘정책’이 들어갈 정도로 기재부 내에서 정책을 많이 만드는 경제정책국, 정책조정국, 미래사회정책국의 결과물은 단 한 개도 상을 받지 못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들 부서에선 아쉬워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한 공무원은 “정책국이 평소 타 부서 직원들로부터 아이디어를 반 강제로 받아 정책을 만들어와 불만을 많이 샀다”며 “그렇게 만든 정책으로 상까지 받았다면 더 큰 불만이 돌아오지 않았겠느냐”고 귀띔했습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