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오은의 길 위의 이야기] 함께 아픈 일

입력
2015.01.08 14:41
0 0

슈퍼에서 나오다 한 엄마가 자신이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풀어 아이에게 걸어주는 장면을 보았다. “엄만 안 추워?” “춥지. 이렇게 바람이 쌩쌩 부는데.” “근데 왜 목도리 나한테 벗어줬어?” “너 감기라도 걸리면 엄마는 더 추워지니까.” 여기까지는 실로 훈훈하기만 한 광경이었다. 일고여덟 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감기에 걸리는데 엄마가 왜 더 추워? 감기에 걸린 사람이 추운 거잖아.” 아이의 목에 목도리를 걸고 단단히 그것을 여민 다음에야 엄마가 입을 뗐다. “너 감기 걸리면 엄마가 너 업고 병원 가야 하잖아. 너 먹이기 위해 장 봐다 죽 끓이고 밤에는 잠 못 자고 발만 동동 굴러야…” 말을 채 맺지 못하고 엄마가 끓어오르는 감정에 북받쳐서 불현듯 훌쩍이기 시작했다. “엄마 왜 울어.” 아이가 옆에서 덩달아 울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슈퍼 앞은 일순 울음바다가 되었다. “내가 자주 아파서 미안해.” 엄마는 그 말을 듣자마자 울음을 뚝 그쳤다. “아니야. 추우니까 얼른 집에 가자.” 아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엄마 손에 이끌려 골목 너머로 사라졌다. 엄마의 묵묵한 걸음에는 비장함마저 서려 있었다. 마냥 훈훈한 광경에 날카로운 칼 한 자루가 들어왔다 나간 것 같았다. 혼자 있을 때 아프면 더 슬픈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밥을 먹을 때나 이야기를 나눌 때처럼, 추울 때나 아플 때도 곁에 누군가가 필요하다. 온기가 만들어지는 순간이 절실하다.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