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인 격차는 여전했다. 중국 업체들은 창의성이 부족했고 일본 기업들은 방향성을 상실한 듯 했다. 혁신적인 기능으로 무장한 한국 업체들과는 확실하게 대조적이었다. 한중일 3국 TV 대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CES 2015’ 가전 전시회는 그렇게 흘러갔다.
당장 각 사의 메인 부스를 차지한 주력 제품의 경쟁력에서 이런 차이는 확인할 수 있었다. 액정화면(LCD) TV를 이을 차세대 제품으로 국내 업체인 삼성전자는 양자점 TV를, LG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각각 전면에 내세우면서 많은 관람객들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TCL이나 하이센스, 창홍, 하이얼 등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주요 중국 기업들은 이미 상용화된 울트라고화질(UHD) 제품이나 지난해 한국 업체들이 채용했던 곡면형(커브드) TV를 내세워 혁신성에서 한계점을 드러냈다.
특히 중국이 내놓은 양자점(퀀텀닷) TV의 경우엔 아직까지 양산 시기가 불투명한 시제품으로 채워졌다. 양자점 TV는 OLED TV에 비해선 응답속도나 명암비, 패널 두께 등에선 떨어지지만 10% 가량 우수한 색재현율로 관심을 모으는 제품이다. 이번 전시회에 양자점 TV를 선보인 창홍 부스에서 만난 이 업체 관계자도 “아직까지 퀀텀닷 TV의 정확한 출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양자점 TV의 양산 시점을 정확하게 밝힌 중국 기업은 없다.
TV 경쟁력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화질에서도 국내 업체에 비해 확연하게 떨어졌다. 현장에서 만난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동차에서 성능을 결정짓는 중요한 게 엔진인 것처럼 TV에서도 선명한 영상을 결정하는 건 화질 엔진인데, 아직까지 중국이나 일본 업체들은 이 부분에서 국내 업체와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디자인 측면 역시 앞서 국내 업체들이 이미 도입했던 스탠드형을 주요 제품에 적용하면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중국이나 일본 TV에서 새로운 형태의 디자인은 찾아보지 못했다”며 “뭔가 새롭게 시도하려는 부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그나마 눈에 띈 제품이 있다면 중국 TCL이 공개한 세계 최대 크기의 110인치 커브드 UHD TV와 일본 소니가 세계에서 가장 얇은 두께로 선보인 4.9㎜의 브라비안 LCD TV가 볼거리였다. 한 때 세계 TV 시장을 평정했던 일본 기업들은 전시회 부스에서 TV 전시 비중까지 줄인 듯 했다. 일본의 대표 가전 업체인 도시바의 경우엔, 이번 전시회에서 TV 신제품을 내놓지 않았다.
중국과 일본 업체 부스를 둘러본 국내 TV 업체 수장들의 평가 점수 또한 낮았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은 “중국이나 일본 업체들이 화질 경쟁에 나서기는 했지만 이 기술들은 이미 시장에 존재했던 부분이다”며 “소비자들이 진짜 필요로 한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권봉석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D) 사업본부장(부사장)도 “중국과 일본이 신제품을 내놓고는 있지만 기술만 시연한다고 해서 바로 양산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라스베이거스=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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