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허가 받은 사업자 '0'에도 구매자 나이 신분 확인 없이
시중보다 반값 이상 싸게 판매, 해외사이트서 니코틴 원액 구입도
사실상 청소년 접근 막을 방법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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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든 전자담배 액상 판매합니다. 니코틴 액상도 원하는 농도대로 맞춰드려요.”
최근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청소년 등을 타깃으로 전자담배 액상을 거래하는 판매상을 찾아 7일 카카오톡으로 구입을 문의하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학생 신분인 것처럼 교복 차림의 프로필 사진을 내걸어 봤지만 판매자는 나이나 신분을 전혀 묻지 않고, 니코틴이 들어간 액상 가격 설명에만 열을 올렸다. 기본가는 20㎖에 6,000원. 전자담배 시장에 꽤 알려진 브랜드 R사의 액상이 10㎖에 2만~4만원 선인걸 감안하면 반값도 안 되는 가격이다. 각종 전자담배 액상 가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사진을 카카오톡 대화창에 신속하게 올린 점 등을 감안할 때 판매자의 거래 규모는 상당히 큰 것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전자담배 액상을 자체 제작해 페이스북 등 온라인으로 무분별하게 파는 업자들이 부쩍 늘면서 청소년들이 유해한 전자담배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의 ‘2014년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에 따르면 전자담배를 한 번이라도 피워 본 청소년은 10명 중 1명(9.1%)이며, 남자 고교생은 5명 중 1명(21.3%)이 전자담배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청소년들이 온라인상에서 전자담배 액상을 구입하는 것을 막을 실질적인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전자담배는 4,500원으로 가격이 오른 일반 담배보다 저렴한 데다, 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이 연기를 피우는 일반담배보다 흡연 흔적을 쉽게 감출 수 있어 청소년들의 사용이 늘고 있다.
전자담배 액상 판매자의 거래 관련 게시물을 지난해 11월부터 급속히 늘기 시작했다. 액상도 파인애플, 석류, 딸기, 초콜릿, 녹차, 누룽지 맛 등 흡연자의 취향대로 수십종을 고를 수 있었다. 판매자는 “체리콕(체리와 콜라 향)처럼 취향대로 섞어서 만들어 드린다”며 액상을 홍보했다. 거래는 20㎖용량 투명 플라스틱 투약병에 ‘누룽지’ 등 향 이름을 적어 우체국 택배로 구입자에게 액상을 배송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전자담배 니코틴 액상은 전자상거래 금지품목이다. 담배사업법은 니코틴 액상을 판매하려면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의 제조ㆍ판매 허가를 받도록 했지만 현재 국내에서 니코틴 액상 제조허가를 받은 사업자는 한 명도 없다. 자체 제작한 액상의 온라인 거래는 모두 불법인 셈이다. 액상의 온라인 거래 단속은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정식 신고판매업자만 단속 대상이어서 정부와 지자체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개인 판매자가 자체 제조한 액상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정상적으로 유통되는 전자담배 액상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나 의학저널에서 전자담배를 통한 니코틴 피부흡수와 중독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며 “개인이 불법 제조해 판매하는 액상은 니코틴은 물론 향을 내기 위해 첨가된 화학물질이 어떤 성분인지도 확인할 수 없어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액상 제작 방법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모 커뮤니티 등에는 액상을 만드는 비율을 설명한 ‘전자담배 레시피’가 상세히 소개돼 있다. 액상 재료인 글리세린과 프로필렌글리콜 등 첨가물도 제한 없이 구입할 수 있다. 니코틴 원액도 해외 사이트에서는 신분증 없이 구입할 수 있어 청소년들에겐 접근 장벽이 없는 셈이다.
여성가족부는 전자담배기기를 ‘청소년유해물건’으로 분류해 청소년에게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사이트를 감시하고 있지만 사실상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이다. 한 포털사이트 질문란에는 학생들이 전자담배의 구매방법과 금연 효과, 수학여행 시 기내 반입 가능 여부 등을 묻는 질문만 500여건이 올라와 있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온라인 상 전자담배에 대한 광고 및 판매 감시를 통해 청소년 대상 판매에 대해 고발 조치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이성규 박사는 “무허가 전자담배 액상 제조에 대한 모니터링도 필요하지만 첨가물, 용량, 성분표시 문구 등을 먼저 규격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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