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2명이 숨진 프랑스 시사주간지 ‘샤를리 엡도’(Charlie Hebdo) 테러는 수요일 아침 파리 중심가에서 일어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경악할 테러였다. 외신들은 이번 테러가 최근 40년간 프랑스 내 테러 공격 중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났다고 전했다.
AFP통신 등 외신들은 목격자들을 인용해 “이슬람 구호를 외치는 무장괴한들이 샤를리 엡도 사무실로 들이닥쳤다”고 전했다. 같은 건물에 있던 한 목격자는 “옆 사무실 사람에게서 건물에 무장괴한이 들이닥쳤으니 문을 잠그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그러고 몇 분 뒤 대여섯 발의 자동소총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 창문 밖을 봤더니 대로에서 경찰과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전쟁 지역 같았다”고 덧붙였다. CNN, BBC도사건 현장에 배치된 대규모 경찰, 창문에 남아 있는 총알 자국, 들것에 실려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 등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즉각 긴급 속보로 전달했다.
외신에 따르면 검은 복면을 한 무장괴한 3명은 사무실에서 총을 난사한 뒤 건물 밖으로 나와 잠깐 경찰과 대치하다 탈취한 승용차로 달아났다. 이 과정에서 행인을 때려 눕히기도 했다. 프랑스 경찰은 이들이 파리 북부에서 차를 버리고 도망친 것을 확인하고 현재 행방을 쫓고 있다. 경찰과 목격자들은 괴한들이 “예언자(무함마드)에 대한 복수”라거나 “알라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고 외쳤다고 전했다. 희생자에는 편집국장을 포함해 저명한 만평가 4명과 경찰 2명이 포함됐다. 부상자 중 4명은 위독한 상태다.
이날 테러는 지난달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프랑스 각지에서 이어진 일련의 테러 사건으로 경찰이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일어난 것이다. 낭트에서는 지난달 22일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37세 남성이 밴을 몰고 도심 광장의 시장으로 돌진해 10명이 다쳤다. 하루 전에는 디종에서 40세 남성이 이슬람 신앙고백을 하며 차량을 몰고 군중을 향해 돌진했다. 20일에는 투르 경찰서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한 20세 남성이 경찰관 3명에 흉기를 휘두르다 사살된 일도 있었다. 이후 프랑스 정부는 군인 780명을 투입해 보안을 강화하고 파리 샹젤리제 거리와 주요 쇼핑 구역에 200~300명을 추가 배치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테러의 타깃이 된 샤를리 엡도는 이슬람, 카톨릭 등 종교는 물론이고 극우와 정치 이슈 등을 주로 만평 형태로 선정적으로 꼬집으며 이목을 끌어온 좌파 상업 주간지다. ‘다양한 좌파의 의견과 정치 참여에 무관심한 사람들의 견해’를 대변하는 것을 편집방침으로 공표하고 있는 이 주간지는 오랫동안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심지어 1981년부터 10년 동안은 운영 여력이 없어 휴간하기도 했다.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은 2006년 덴마크 신문에 실렸던 무함마드 만평을 재게재하면서부터였다. 이후로 특히 이슬람교인을 자극하는 만평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2012년에는 무함마드가 휠체어에 타고 있는 모습에 이어 무함마드가 나체로 묘사된 외설스러운 만화를 담아 이슬람교인들의 반발을 불렀다. 당시 프랑스 정부는 샤를리 엡도 주변의 경비를 늘리고 해외 공관에 대한 경비태세도 대폭 강화했다. 이슬람권 20개국 공관과 학교는 ‘무슬림 예배일’에 문을 닫기도 했다.
결국 2012년 12월에는 프랑스 내 2개 이슬람단체가 무슬림과 아랍인들에 대한 보호와 지지를 명분으로 샤를리 엡도와 주간지의 경영진, 만평가 2명에 대해 58만유로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샤를리 엡도의 무함마드의 누드 만평 게재로 무함마드와 무슬림들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샤를리 엡도의 변호사는 “종교를 유머의 대상으로 보는 프랑스의 전통을 이어가지 못하게 하려고 위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2013년 1월에도 65쪽 분량의 무함마드 전기를 펴내 논란을 빚었었다. 이슬람교에서는 무함마드의 모습을 그리는 것을 불경스럽게 여겨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의 수석정치보좌관 이브라힘 칼린은 당시 “무함마드의 인생을 만화로 바꾸는 것 자체가 실수”라며 “무슬림에 대한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사건 직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총격 소식에 곧바로 현장을 방문하는 한편 각료회의를 소집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번 총격을 “명백한 테러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사건 직후 조시 어니스트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곳의 모든 사람들은 공격에 희생된 사람들의 가족과 함께 한다”며 “가장 강한 어조로 (범인들을) 비판한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야만적인 행위”라며 이날 사건을 비판하면서 “영국은 모든 형태의 테러리즘과 싸우는 우방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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