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우연으로 탄생한 맛집은 없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우연으로 탄생한 맛집은 없었다"

입력
2015.01.07 20:00
0 0

경북에 숨어 있는 맛집 책으로 '면서기가 추천하는 단골맛집'

‘경주 황오동 253번지 우체국이 들어선 골목, 3평이 조금 넘는 비좁은 공간에서 사람들이 서로 궁둥이를 붙여가며 무엇인가 열심히 먹고 있다. 밖에서는 군침을 삼키며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십여미터 늘어서 있다. 이들이 한참을 기다렸다 먹는 것은 콩으로 갈아서 만든 콩국이다. 제아무리 맛있어도 겨우 콩국일 뿐인데 이렇게 극성을 떨어가며 꼭 먹어야 할까?’(‘경주원조콩국’에서)

경북의 숨어 있는 맛집이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됐다. 경북도가 7일 선보인 ‘면서기가 추천하는 단골맛집’(479쪽, 도서출판 에드넷ㆍ사진)이라는 비매품 단행본에는 도내 23개 시군의 331개 읍면동에서 추천받은 식당 중 대표적인 127곳이 소개됐다. 면서기는 행정 최일선 공무원을 정감있게 부르는 말로, 숨어있는 맛집에 얽힌 사연이 사진과 함께 녹아있다.

이 책에는 포항과 경주, 영덕, 울진 등 동해안의 신선한 먹거리와 안동, 영주 등 백두대간권의 산촌음식문화, 청도 성주 칠곡 등 남부권의 특색있는 음식 스토리가 곁들여져 있다. ‘어업허가권을 받은 남편은 본격적으로 메기와 민물고기를 이용한 식당을 꾸려가기 시작했다. 벌써 30년이 넘은 이야기다. 아내는 평소 요리에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꾸준히 요리에 대해 생각하고, 잠들기 전까지 연구하면서 오늘의 맛을 탄생시켰다. 특히 내가 먹고, 내 자식들에게 먹일 음식이라고 생각하면서 손질에서부터 정갈하게 정성을 다했다.’(안동 무릉가든)

‘부산과 경남지방은 뼈만 달여서 수육을 넣어 주는 방식인데. 이곳은 뼈를 넣고 최소한 열 시간 이상 달인다. 그런 후 고기를 넣고 두세시간 끓인 후 뼈를 골라내고 채소를 넣고 다시 끓인다. 음식을 다 드신 손님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이렇게 말한다. “이거 한 그릇이면 여름 한철 더위에 지친 몸에 딱입니다.”’(청도 성내보양탕)

경북도는 지난해 초 300여 개소의 맛집을 추천받은 후 이미 잘 알려진 모범업소 등을 추려낸 후 200여 곳으로 압축했다. 그 후에도 중복되는 메뉴나 주인이 소개되는 것을 꺼리는 식당 등을 제외, 127곳으로 엄선했다. 취재는 문화재답사 작가인 박필우(55)씨가 맡았다. 그는 지난해 6∼8월 2달여 동안 경북 구석구석의 맛집을 누비며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를 취재했다.

‘쌀농사를 직접 하거나, 이웃에게 맡긴다. 반찬을 재활용하지 않는다. 화학 조미료를 거의 쓰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 식당들의 공통점이다. 봉화의 행운식당은 농번기에는 지금도 논과 밭으로 식사 배달을 다닌다. 들판에서 일하다가 먹는다고 해서 ‘들밥’이라 부른다. 박 작가는 또 상주 문장대식육식당에서 삼겹살과 함께 맛본 자연산 버섯의 맛을 잊지 못한다.

박 작가는 “맛집을 처음 취재해보지만 소문난 음식점이 우연으로 되는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전준호기자 jhjun@hk.co.kr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