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그룹' 운동권 출신 결집, 박주선·조경태 꺾고 컷 오프 통과
진보 성향… 문재인과 지지층 겹쳐, 친노 대 비노 구도 흔들지 주목도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예비경선에서 ‘빅2’로 꼽히는 문재인ㆍ박지원 의원과 함께 이인영 의원이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며 3파전 구도가 확정됐다. 진보성향의 이 의원은 문 의원과 지지기반이 겹쳐 단일화 여부 등이 향후 본선 판을 뒤흔들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세대교체 바람을 앞세운 이 의원의 등장이 친노 대 비노 대결로 치닫는 전대의 흐름을 바꿔낼 지도 주목된다.
막판까지 표 단속 치열… 86그룹 자존심 회복
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예비경선은 결과 발표 직전까지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통과 후보들의 순위나 득표를 따로 공개하지 않으면서 막판까지 각 후보 캠프별로 표 단속에 나서거나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는 모습이 역력했다.
개표 결과 당 대표 후보 중에선 박지원ㆍ문재인ㆍ이인영 의원(기호순) 등 3명이 본선에 올랐고, 비노 진영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했던 박주선ㆍ조경태 의원은 고배를 마셨다. 최고위원 후보로는 전병헌ㆍ이목희ㆍ주승용ㆍ유승희ㆍ정청래ㆍ문병호ㆍ오영식 의원과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 등 8명이 첫 고비를 넘겼다.
이날 예선은 378명의 중앙위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중 326명(86.2%)이 참여해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에 각각 1표, 3표를 행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각 후보자의 순위와 득표수는 경선 규정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문재인ㆍ박지원 의원의 컷 오프 통과는 일찌감치 예견됐다. 문 의원은 ‘대세론’ 속에 당내 주류인 친노진영으로부터, 텃밭인 호남 출신의 박 의원은 구 민주계로부터 각각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이 의원은 김근태계와 40~50대 선거인단, 충청권 등의 지지를 받았은 것으로 분석된다.
‘86그룹’(60년대생ㆍ80년대 학번)의 선두주자인 이 의원의 본선 진출은 그간 입지가 축소돼온 학생운동권 출신 세력들에게 재기의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초선의원은 “당원들이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영 변수, ‘친노 vs 비노’ 프레임 깰 지 주목
본선 진출자가 확정됨에 따라 차기 지도부의 이념적 지향과 대여 노선, 공천개혁 등 혁신안, 계파주의 청산, 대권ㆍ당권 분리 등 주요 현안을 둘러싸고 문재인ㆍ박지원 캠프 간 세 대결이 격화할 전망이다.
문 의원 측은 본선에서도 ‘이기는 정당론’을 앞세우고 민심이 지지하는 후보임을 강조할 계획이다. 본선 첫 일정으로 8~9일 호남 방문에 나선 것도 일찌감치 대세론을 굳히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네거티브에 대한 무대응 원칙도 여전하다.
‘강한 야당ㆍ통합 대표’를 슬로건으로 내건 박 의원 측은 비노 진영의 결집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또 국정운영의 경험과 강약을 조절하는 여야관계 등을 통해 새정치연합을 수권정당으로 만들 적임자임을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이인영 변수’가 전체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문재인ㆍ이인영 의원의 주요 지지기반이 86그룹이란 점에서 박지원 의원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재로선 이 의원의 완주 의사가 강하지만 경우에 따라 문 의원과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정반대의 상황이 올 수 있다.
특히 이 의원이 내건 세대교체론이 힘을 받을 경우 당 안팎의 우려가 큰 ‘친노 대 비노’의 극한 대립구도가 약화할 가능성도 있다. 한 중도파 의원은 “이 의원이 내세우는 비전과 전략이 호응을 얻어 전대가 전면적인 계파 싸움으로 흘러가지 않게 된다면 설령 3위를 하더라도 ‘정치인 이인영’과 86그룹은 다음을 내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임준섭기자 ljscogg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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