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교통비만 챙겨 7개국 돌아... 버스서 쪽잠 자며 사진 촬영에 몰두
유럽 작가와 찍은 사진 잡지에 실려... "고생해 얻은 작품 기쁨도 두 배"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일이 불가능하다고 미리 규정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7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안성은(23)씨는 “미래에 대한 쓸데 없는 걱정을 집어 치우고 현재에 집중하는 게 중요한 가치”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심리학과에 재학중인 안씨는 지난해 8월 63일 동안 유럽 7개국을 무계획ㆍ무전 여행으로 다녀왔다. 평소 좋아하던 ‘사진’이라는 주제를 갖고 유럽의 사진작가들을 순방, 개인전을 여는 성과도 냈다. 왕복 항공권과 국가간 이동시 필요한 최소한의 교통비만 들고 무작정 출발했다. ‘남들 다 간다’는 파리의 에펠탑, 로마 콜로세움 등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곳에 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어요. 여행의 이유를 사진에서 찾았던 거죠.” 그래서 출발 전 유럽 사진작가들에게 “같이 사진 작품 활동을 해 보자”고 메일을 돌렸다.
여행 방식은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을 택했다. 잘 만한 소파(couch)를 찾아 다닌다는 뜻으로,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무료 숙박은 물론 가이드도 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비용도 들지 않고 다양한 현지 문화 교류까지 가능해 배낭족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오랫동안 사진을 좋아하고 찍어왔기 때문에 고생스럽더라도 무전 여행과 사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는 좋은 선택이었죠.”
실제로 63일 중 유럽에 도착하자 마자 이용한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이틀을 제외한 61일 동안 모두 현지인들의 집이나 공항 노숙, 버스 안에서의 쪽잠 등으로 숙식을 해결했다. 카우치 서핑에 응해준 현지 사진작가들에게는 부채에 그들의 이름을 한글 캘리그래피로 적어 선물했다.
이렇게 사진 작품에 매진하다 보니, 의외의 성과도 냈다. 북아일랜드 밸파스트의 바닷가에서 사진작가 헬렌 와르너(Helen warner)와 함께 작품을 찍었는데, 이것이 유명 패션잡지인 ‘보그 이탈리아’ 메인 페이지에 실렸다.
안씨는 “돈이 없어 비행기 대신 독일 베를린에서 북아일랜드까지 48시간 동안 버스와 기차를 수 차례 옮겨 타는 등 죽도록 고생해서 얻은 작품인데 인정받게 돼 기쁨이 두 배였다”고 말했다.
귀국 후 지난달에는 대학로의 카페에서 개인 사진전 ‘어바웃 투데이’를 열었다. 이번 여행에서 찍은 사진들과 지난 4년간의 작품들, 그리고 평소 삶을 지탱해 준 문구들을 버무려 연 일일 전시회였는데 큰 호평을 받았다.
계획을 묻자 “이번 여행이 그랬듯, 평소 계획을 세우진 않는다. 그날 그날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1일보단 2일이, 3월보다는 4월이 더 나은 삶이 되도록 끊임 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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