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무살 동갑내기 라이벌
이준형-아시아에서 드문 표현력, 김진서-정상급 4회전 점프 연마


1996년 동갑내기 이준형(수리고)과 김진서(갑천고ㆍ이상 19)는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미래다. 남자 피겨 선수로는 최초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 획득의 꿈을 공유하고 있다. 김재열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은 “평창에서 남녀 쇼트트랙 5개, 남녀 스피드스케이팅 2개 등 총 7개의 금메달이 빙상연맹의 목표”라며 “김연아가 은퇴한 피겨에서도 메달을 노리고 있다. 여자 선수는 물론 남자 선수들이 지금처럼 성장해준다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준형은 피겨 선수 출신 어머니의 피를 물려 받아 초등학교 입학전부터 아이스링크를 놀이터 삼았다. 아시아선수로는 드물게 빼어난 표현력을 지녀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까지 목에 건 하뉴 유즈루(21ㆍ일본)와 비슷한 스타일이다. 전문가들도 “이준형이 갖고 있는 음악에 대한 이해와 표현력은 남다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국제 심판들조차 “한국에도 저런 선수가 있었나”라고 물어봤을 정도다. 이준형은 그간 약점으로 지적 받던 점프 완성도도 좋아져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이 생겼다는 평가다.
김진서는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08년 11월 본격적으로 피겨를 시작했다. 이준형에 비해 상당히 늦은 출발이다. 하지만 가파른 성장세로 라이벌 자격을 얻었다. 중학교 입학 전에 트리플(3회전) 점프 5종(토루프ㆍ살코ㆍ루프ㆍ플립ㆍ러츠)을 완성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어 이준형이 지금도 애를 먹는 트리플 악셀(3바퀴 반 점프)까지 숙달했다. 현재 김진서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중이다.
둘은 중학교 시절부터 각종 대회에서 자웅을 겨뤘다. 훈련 장소가 국내에는 태릉선수촌뿐인 까닭에 연습 때부터 상대의 장점을 흡수하려는 치열한 눈치 싸움의 연속이었다. 이들은 “연습할 때도 늘 시합하는 기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내가 부진할 때 상대가 잘 타는 모습에 당연히 자극 받았다”고도 덧붙였다.
최근 페이스만 놓고 보면 이준형이 낫다. 이준형은 지난해 8월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선수로는 최초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인 국제대회에서 우승했다. 프랑스 쿠르쉐벨에서 열린 2014 ISU 주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 남자 싱글에서 쇼트프로그램(67.88점)과 프리스케이팅(135.93점) 합계(203.81점)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그는 우승 직후 김진서의 이름 석자를 꺼냈다. 트리플 악셀을 익히는 과정에서 다른 점프까지 말을 듣지 않는 슬럼프를 겪었지만, “친구 김진서가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를 악물었다”는 것이다.
이준형은 지난해 12월 아산 이순신빙상장에서 열린 2014 전국남녀 피겨 회장배 랭킹대회에서도 김진서에 앞섰다. 쇼트프로그램에서 68.95점으로 김진서(69.52점)에 밀린 2위였으나 프리스케이팅에서 130.39점으로 김진서(118.06점)를 눌렀다. 합계 199.34점 대 187.58점의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이준형을 지도하는 지현정 코치는 “점프 성공 횟수가 늘면서 경기력에 자신감이 붙었다. 지금보다 더 빠르고 날카롭게 타면 평창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웃었다. 반면 “김진서가 4회전 점프를 완성하면 이준형 보다 김진서의 순위가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7일부터 목동에서 사흘간 열리는 제69회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은 이준형과 김진서가 또 한번 자존심 대결을 펼치는 무대다. 한국 남자 피겨를 쌍끌이 하는 이들은 2012년 김진서 우승ㆍ이준형 준우승, 2013년 이준형 우승ㆍ김진서 준우승, 2014년 김진서 우승ㆍ이준형 준우승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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