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학점 이수하며 신인왕 도전
올 시즌 혜성처럼 등장한 서울 삼성의 루키 김준일(23ㆍ202㎝)에게 지난달 20일은 ‘철인’과 같은 생활의 연속이었다. 연세대 체육교육과에 재학 중인 그는 ‘실수’로 미처 이수하지 못한 과목이 있어 시즌 중임에도 겨울 계절학기를 수강해야 했다. 삼성의 경기가 없는 주중 오전엔 평상복 차림으로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나가 대학생으로, 오후엔 팀에 복귀해 유니폼을 입고 훈련을 병행했다. ‘주경야독’이 아니라 ‘주독야경’인 셈이다.
스포츠 선수들이 학위 취득을 위해 비시즌 중에는 더러 강의실을 찾는 경우는 있지만 시즌이 한창인 가운데 김준일처럼 운동과 공부를 함께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일단 경기가 없는 날이라도 거의 하루 종일 운동에 매달려야 하고, 설사 짬이 난다고 해도 다른 일을 할 만큼의 체력적, 정신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 졸업이 급한 김준일의 사정상 삼성 구단도 흔쾌히 허락해줬고, 김준일은 남들보다 두 배의 노력으로 두 가지 일을 했다.
게다가 김준일은 코트에서도 고양 오리온스 이승현(23)에 이어 두 번째로 지명된 기량을 유감 없이 발휘하고 있다. 김준일이 이 정도로 해 줄지는 이상민 삼성 감독도 예상하지 못했다. 평균 득점이 12.87점으로 전체 12위, 팀 내에서는 외국인선수 리오 라이온스(21.38점) 다음으로 많다. 현재로서는 이승현과 신인왕 경쟁에서도 우위에 있다는 것이 농구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팀 성적만 뒷받침됐더라면 지금보다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을 선수다.
지난달 29일부터 시작해 오는 19일까지 수강을 해야 하는 김준일은 7일 중간고사를 치렀다. 김준일은 “시즌 중에 오전에 3시간씩 수업을 듣는 게 조금 힘들지만 얼마 안 남은 학교 생활을 잘 마친 뒤에는 홀가분하게 운동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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