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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부품ㆍ소재 강국

입력
2015.01.0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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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재개발 사업으로 도쿄 도심의 모습은 크게 바뀌고 있지만, 변두리는 거의 그대로다. 1960년대에 터를 잡은 동네공장인 ‘마치코바(町工場)’도 아직 많다. 허름한 겉모습과는 달리 저마다의 생명력을 자랑한다. 자본금 600만엔, 종업원 13명의 기요타(淸田)제작소는 집적회로(IC) 품질검사용 ‘콘택트 글로브’를 세계최초로 개발했다. 직경 0.2㎜의 대롱 안에 들어가는 직경 0.13㎜의 강철구슬을 직경 0.5㎜의 강철구슬을 갈아서 만들었다. 손바닥을 비벼 팥죽에 들어갈 새알심을 빚는 방식이 기술로 거둔 성과다.

▦ 교토(京都)의 무라타(村田)제작소는 자본금 약 694억엔의 중(中)기업으로 중층세라믹필터 등 세라믹전자부품 전문업체다.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부품만으로 매출액의 70%를 채울 정도였던 무라타도 1990년대 말 휴대폰 소형화 바람을 탄 IC필터 사용 증가로 한때 위기론이 비등했다. 그러나 세라믹필터의 초소형화에 잇따라 성공, 예상 영업이익이 사상 최고인 1,900억엔에 이르는 등 강한 경쟁력을 지켜내고 있다. 매출도 처음으로 1조엔을 넘어 교세라, TDK에 이어 일본 전자부품업체 ‘1조엔 클럽’에 안착할 전망이다.

▦ 동네공장과 소기업, 중기업이 중심인 소재ㆍ부품 산업이야말로 일본 제조업이 누린 세계적 경쟁력의 원천이다. 일본의 중소기업, 아니 작지만 강한 ‘강소기업’을 떠올릴 때마다 그래서 부러웠다. 독자적 기술력에 덧붙여 무라타나 교세라, 니혼덴산(日本電産) 등 주요 강소기업 창업자들의 경영철학은 더욱 그랬다. 종업원을 생산요소가 아닌 가족으로 보고, 그들의 행복을 경영의 핵심목표로 삼는 ‘인간중심ㆍ가족주의 경영’, 2세 대신 전문경영인에게 대를 잇게 하는 ‘무사(無私) 경영’이 양대 기둥을 이룬다.

▦ 지난해 국내 소재ㆍ부품 산업의 무역흑자가 1,097억달러에 이르러 1997년 처음 실현된 흑자구조가 단단해졌다. 전체 무역수지(474억달러)의 2.3배에 이르는 액수다. 대일 소재ㆍ부품 무역적자가 전년의 205억달러에서 163억달러로 다시 줄었고, 대일 의존도도 5년 연속 하락해 사상 최저인 18.1%로 낮아졌다. 조립산업에서 소재ㆍ부품산업으로 바뀌는 산업구조의 진화가 참 반갑다. 다만 대표적 부품ㆍ소재 산업인 반도체와 철강산업이 대기업 중심이고, ‘무사 경영’과는 아득하다.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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