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된 뒤 4년 넘게 심혈을 기울여 만든 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가 다음주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중요한 시기에 해고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계속하면 회사 이미지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 법적 조치를 취했습니다.”
쌍용자동차가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차 평택공장 내 70m 굴뚝 위에서 농성 중인 해고노동자 2명을 형사고소하고 수원지법 평택지원에 퇴거단행 가처분 신청을 냈다는 소식이 전해진 7일 쌍용차 관계자는 다음 주 나올 신차 얘기를 꺼냈습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이창근 정책기획실장과 김정욱 사무국장은 지난달 13일부터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를 무효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에 반발해 26일째 굴뚝 고공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쌍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은 현재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들 밖에 없다는 생각에 ‘손을 내밀어 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 농성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쌍용차 측은 두 사람이 농성을 풀지 않을 경우 1명 당 하루 100만원의 간접강제금(법원 명령을 따르지 않아 발생하는 비용) 부과도 요구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두 사람이 철조망을 절단하고 무단으로 공장에 침입해 불법으로 굴뚝에 올랐고, 이들이 사고나 문제가 생길 상황을 대비해 직원들이 릴레이로 살펴봐야 하고 회사 이미지 추락 등을 감안해 액수를 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남신 비정규직센터 소장은 “공장 내부에서 시설물 점거 등을 강행할 때 사측에서 가처분 신청을 내면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었지만 대게 노사 대화를 통해 민형사 고소는 취하해 왔다”며 “쌍용차도 실제로 강제금을 부과하기 보다는 앞으로 진행될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려는 것 같다”고 봤습니다. 2011년 한진중공업이 크레인 위에서 고공 농성을 했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부 지도위원을 상대로 낸 퇴거 및 사업장 출입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법원이 퇴거 및 사업장 금지 결정을 내렸지만 회사와 협상 과정에서 이는 없던 일이 됐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사는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에게 티볼리 출시 행사에 참석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라며 “마힌드라 회장 방한 중에도 고공 농성이 계속된다면 마힌드라 회장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쌍용차로서는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는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쌍용차 측이 애간장을 태우는 이유는 알겠지만,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고공 농성 중인 해고노동자들을 향해 당장 내려오지 않으면 하루 100만원씩 물어내라고 압박을 하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런 모습이 오히려 쌍용차 이미지를 더 나쁘게 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노조 관계자도 “사측이 저리 나올 줄 알았다”며 씁쓸해 했습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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