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 : Word Play (재미있는 말)
‘찌라시’라는 용어는 말만 들어도 자극적이다. ‘사설 정보지’ 쯤으로 알려진 이 표현은 본래 ‘전단 광고지’라는 의미의 일본말이지만 지금은 본래의 뜻과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다. 현재 유통되는 찌라시 대부분은 시시콜콜한 정보나 시중의 가십(gossip)거리를 전달하는 수준인데도 파급력을 갖고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 이유는 누군가 배후에서 매우 작위적이고 의도적으로 시중의 여론을 뒤엎기 위해 고의로 만들어내는 가공의 정보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영어 표현 ‘Tabloid Truth’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 표현으로는 한국에서 통용되는 찌라시의 성격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 일부러 만들어낸 거짓 정보라는 차원에서 ‘Tabloid Tales’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비밀스럽게 작위적으로 퍼뜨리는 정보라는 차원에서 ‘disinformation tales’라고도 불린다.
남의 뒷담화를 즐겨 듣는 대중의 심리를 자극하는 ‘가십란’이 한국 신문에 유난히 많다. 유명인, 특히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대중의 관심사인양 보도하는 것이 관행이 되었고 이런 문화는 연예인이 무슨 차를 몰고 그 옆집에 숟가락이 몇 개나 있는지 알고 싶어하는 우리 국민성과 무관치 않다. 외국에서 시시콜콜한 남의 얘기가 한국에서만큼 큰 인기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Privacy가 존중 받는 사회에서 ‘남의 얘기’는 결국 개인의 권리침해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또한 ‘gossiping’은 Yellow Journalism으로 상징되는 삼류 잡지에서나 다루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외국신문도 중세 중년여성들이 찻집에서 나누던 한담이나 뒷담화를 이제는 가십란에 ‘유명인에 대한 뒷얘기(Celebrity News and Gossip)’로 싣고 사소한 소문도 뉴스인양 게재한다. 일부 독자는 신문을 펴자마자 가십란(Daily Gossip)부터 읽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사실 ‘가십’(gossip)이란 말은 원래 나쁜 의미가 아니었다. Gossip은 앵글로 색슨어 godsibb (=god-relative)에서 유래했고 고어로 쓰일 때는 ‘신을 믿는 식구’(kindred in God)들이나 신자끼리의 관계를 말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 때부터 ‘말동무, 얘기 나누는 상대’(crony, idle chatterer)로 그 의미가 바뀌었다. 그런데 21세기 한국에서는 잡담(雜談), 사담(私談)의 뜻보다는 역정보(disinformation)나 고의적 뉴스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여론을 호도할 목적으로 찌라시와 역정보가 쓰인다는 점에서 매우 더티한 문화임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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