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나 이승규씨 딸로 데뷔 10년
"가수ㆍ헐리우드의 꿈 계속 도전할 것"
클라라(29)를 소개하려면 긴 문장이 필요하다. 1988년 서울올림픽 주제가 ‘핸드 인 핸드’로 유명한 코리아나 멤버 이승규씨의 외동딸인 그의 본명은 클라라 리다. 데뷔 초 썼던 이성민은 어릴 적 한국에서 살면서 뒤늦게 얻은 이름이다. 태어난 곳은 스위스고 초등학생 땐 한국에서, 스무 살까진 미국에서 자랐지만 어머니를 따라 정작 “한 번도 산 적이 없는” 영국 국적을 갖고 있다. 모델 출신으로 배우이자 가수이면서 때론 코미디까지 하는데 정작 그를 유명하게 만든 분야는 프로야구다. 2013년 봄 이른바 ‘레깅스 시구’로 무명 배우에서 전국구 스타가 됐다. 신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벌써 10년 경력의 배우다. 그리고 올해 영화 주연배우가 됐다.
7일 개봉한 ‘워킹걸’(정범식 감독)은 성인용품점을 배경으로 한 코미디 영화다. 유명 장난감 회사에서 인정 받는 직원이었다가 한 번의 실수로 해고 당한 백보희(조여정)가 폐업 직전의 성인용품점 사장 오난희와 동업하며 겪는 일을 유쾌하고 발랄하게 풀어낸다. 클라라가 연기한 난희는 성 전문가이면서 정작 자신은 몇 년간 연애를 하지 못하고 있는 인물이다.
6일 만난 클라라는 자신의 첫 주연 영화가 개봉한다는 사실에 조금 달떠있는 듯했다. 그는 “소재 때문에 선입견과 편견을 갖고 볼 것 같아 걱정했는데 막상 영화를 먼저 본 분들이 편하고 즐겁게 봤다고 말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된다”며 천진하게 웃었다. “제가 두려움이 많은 편은 아닌데 이 영화는 출연 전에 걱정이 많이 됐어요. 노출 장면도 있고 어떤 감독이냐에 따라 작품이 달라지니까요. 정범식 감독님을 믿고 출연을 결정했죠. (조)여정 언니도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여서 좋았고요.”
클라라는 영화 속 난희가 자신과 닮았다고 했다. 겉모습은 한없이 밝아 보이지만 속으론 상처를 안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렇단다. “난희처럼 저도 오랫동안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 마음 속에 아픔이 많은데 그걸 알리거나 내색하고 싶지 않았어요. 힘든 걸 함께 의논할 사람이 주위에 없다는 것도 비슷하죠. 사랑에 관한 상처가 있는 사람은 잘 모르는 이성이 접근하면 겉모습만 보고 다가오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되는데 그런 면도 닮았어요. 난희를 연기하며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됐죠.”
유명 가수의 딸로 태어나 유복하게 살았을 것 같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한국에 있을 땐 여러 친척집을 전전하며 살아야 했고 열세 살 때부턴 미국 외삼촌 집에서 지내며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찍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다.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살아서 전 친구가 없어요. 사회 생활 하며 친구 사귀긴 쉽지 않잖아요. 어릴 땐 많이 울기도 했죠. 사실 어릴 적 기억이 거의 없어요. 난 행복한 사람이라 생각하며 즐겁게 살고 싶지 아픔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덕분에 자립심도 기르게 됐고 두려움도 없는 사람이 됐으니까요.”
미국 대학에서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던 중 국내 가요기획사의 눈에 띄어 한국 연예계의 문을 두드린 지 벌써 10년, 어머니의 권유에 따라 배우가 됐지만 그는 아직도 연기가 어렵다고 했다. ‘워킹걸’의 연기에 내린 스스로의 평가는 60점. 자신에게 너무 인색한 게 아니냐고 하자 “모델로 데뷔할 땐 잘 나가다가 연기를 시작하고서 광고 출연 제의가 뚝 끊겼다”며 “한창 드라마에 출연할 땐 50점도 안 됐던 것 같다”고 했다.
클라라는 자신이 어떻게 스타가 됐고 그 자리가 얼마나 불안정한 것인지 알고 있는 듯했다. 레깅스 시구의 섹시한 이미지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것도, 결국 섹시함이란 겉모습이 아니라 당당하며 자신감 있는 모습에서 나온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무리수’라는 평을 들으면서도 가수에 도전하는 것이나 할리우드 진출을 시도하는 것 역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여러 시도 중 하나다. “안티가 많은 것도 알아요. 어쩔 수 없죠. 여러 활동을 통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좋은 결과물을 남기는 것 밖엔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고경석기자 kav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