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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록물이냐 찌라시냐, 청와대의 자가당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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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록물이냐 찌라시냐, 청와대의 자가당착

입력
2015.01.0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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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정윤회 문건’ 수사결과가 예기치 않은 논란을 빚고 있다. 유출된 문건에 기업인들의 사생활을 다룬 내용이 포함돼 불법 사찰 논란이 일고 있고,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 적용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청와대의 수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검찰이 문건 유출자들을 엮는 과정에서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에 기소된 박관천 경정이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지시로 박지만 EG회장 측에 건넨 문건 17건 중에는 기업과 관련된 문건 4건이 포함돼있다. 이들 문건에는 특정업체 사장이 여직원과 불륜관계에 있다거나, 다른 업체 대표는 연예인과 동거한다는 등 사생활 관련 정보가 담겨있다. 또 따른 문건에는 기업인들의 비자금 조성과 탈세 의혹이 기술돼있다. 현행 대통령비서실 관련 법령에는 ‘비서실은 공직자와 공공기관 단체 임원뿐 아니라 대통령 친인척 및 특수관계자에 대해 비리 첩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돼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대통령의 친인척이 아닌 기업인의 사생활까지 보고서에 담은 것은 불법 사찰이 아니냐는 지적이 없을 수 없다. 이에 대해 민경욱 청와대대변인은 “이들 문건은 친인척과의 친분을 사칭하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군색하다. 문건에 나온 기업 3곳의 대표들이 모두 대통령 친인척을 사칭했다는 얘긴데 납득하기 어렵다. 청와대 해명대로 이들이 대통령 친인척을 사칭했다면 당연히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하는데 검찰은 “찌리시성 첩보일 뿐이어서 수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이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에게 적용한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기록물관리법에는 대통령기록물을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대통령 보좌기관 등의 기관이 생산하거나 접수해 보유하고 있는 모든 형태의 기록정보자료’로 정의하고 있다. 기업인의 사생활 내용이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정윤회 문건을 비롯해 유출된 문건 대다수가 검찰 말대로 찌라시 수준의 내용을 발췌ㆍ정리한 것인데 이를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있느냐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대통령기록물 해당 여부 기준은 역대 정권의 기록물 관리 방식과도 어긋난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친인척 비위 첩보 등 민감한 문건은 정쟁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해 대통령기록물로 간주하지 않고 파기했다고 한다. 만약 박근혜 정부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생산한 문건은 모두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면, 아무리 찌라시 수준이라도 박 대통령 친인척 비위 첩보조차 고스란히 차기 정부에 넘겨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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