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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의 길 위의 이야기] 복을 짓다

입력
2015.01.0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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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가장 많이 하고 듣는 말은 다름 아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일 것이다. 데면데면한 사이라 할지라도 용건을 밝히고 난 다음에는 으레 하는 인사말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는 다들 복을 많이 받게 되면 나와 우리 가족이 받을 복은 하나도 없는 게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었다. 복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복은 주면 줄수록 늘어나는 것이라는 할머니 말씀을 듣고서야 마음 편하게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을 전할 수 있었다. 며칠 전에 문자를 하나 받았다.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받는 게 아니라 지으라고 하니 갸우뚱했다. 곰곰 생각하니 짓는 것이 복과 더 어울리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복만 많이 받기를 바라는 것만큼 말도 안 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복을 많이 받기 위해서는 그 전에 복을 많이 짓는 일이 필요하다. 복을 짓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묵묵하게 자기 자신의 일을 하면서 주위를 챙기는 것 또한 게을리하지 않는 데서 복은 지어질 것이다. 이는 밥을 짓는 것처럼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면서 집을 짓는 것처럼 힘든 일이기도 하다. 농사를 짓는 것처럼 인내가 필요한 일이자 글을 짓는 것처럼 뜻대로 되지는 않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보약을 짓는 것처럼 온 마음을 다해야 하는 일이 바로 복을 짓는 일이다. 한 해의 첫머리, 복을 짓고 나누는 자가 복을 받는 이 당연한 일이 이루어지는 복된 상상을 해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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